
그것은 바로 ‘원형 곤포(梱包) 사일리지(Silage)’다. 곤포는 건초나 짚을 둥근 모양 또는 네모난 모양으로 압축한다는 의미이고, 사일리지는 작물을 발효시켜 만든 다즙질 사료라는 뜻이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원형 곤포 사일리지의 높이와 지름은 각각 120~150㎝, 120㎝이고 개당 무게는 400~500㎏이다. 가격은 매년 다르긴 하지만 5만~7만원.
이렇게만 설명하면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할 분들이 많을 터. 그래서 경북 경주에서 조사료를 생산하는 이영철 청초조사료영농조합법인 대표에게 물었다. “원형 곤포 사일리지요? 한마디로 ‘볏짚김치’랍니다. 소들이 아주 좋아하지요.”
엥? 김치라면 으레 고춧가루·젓갈 정도는 들어가줘야 하는데 이런 걸 볏짚과 섞을 리는 없고…. 이 대표가 원형 곤포 사일리지 제조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
우선 벼 수확이 끝난 논 위를 집초기가 지나가면서 볏짚을 한줄로 모은다. 그러고 나면 원형베일러가 그 위를 지나가면서 볏짚을 거둬들여 원형으로 압축한다. 이때 베일러 내에서 미생물 첨가제가 분사되는데 이는 나중에 볏짚이 잘 발효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원형베일러가 661㎡ 정도의 논을 훑고 지나가면 동그랗게 압축된 볏짚이 ‘통!’ 하고 기계에서 굴러나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래핑기를 이용해 압축된 볏짚을 비닐로 꽁꽁 감는다. 김치로 치면 장기간 보관을 위해 장독에 담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비닐을 4겹 감으면 6개월, 6겹 감으면 1년 정도 보관할 수 있단다. 이렇게 완성된 원형 곤포 사일리지를 2개월가량 숙성하면 시큼한 냄새가 나는 볏짚김치가 된다.
곤포 사일리지 제조 기술은 1990년대 초반 국내에 도입됐다. 그러나 국내 농가들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후반 사료값이 급등하면서부터다. 현재는 볏짚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재배되는 청보리·호밀·옥수수 등 다양한 사료작물이 곤포 사일리지 형태로 제작돼 축산농가에서 활발히 소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