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목표가격 인상 수준을 놓고 국회와 정부가 대립하면서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이하 쌀소득법) 개정안’ 국회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쌀 직불제와 관련된 다른 현안도 표류하고 있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현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률안심사소위원회에는 쌀소득법 개정안 9건이 계류돼 있다. 9건 중 8건이 쌀 목표가격 산정방식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직불금 승계 규정 신설처럼 농업인 실익과 직결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지급 대상 농지 확대=민주당 김영록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과 황주홍 의원(전남 장흥·강진·영암)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은 직불금 대상 농지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법률은 대상 농지를 기준연도인 1998~2000년 연속해서 논농업으로 이용된 농지로 한정한다. 3년 중 한 해라도 다른 용도로 쓰였거나 휴경한 농지는 이후 벼농사에 사용됐더라도 직불제 대상에서 영원히 제외된다. 다만 경지정리나 자연재해와 같은 불가피한 사유로 기준연도에 논농업이 중단된 농지는 예외조항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개정안은 예외조항에 ‘1997년 12월31일 이전에 간척·매립·개간에 착수하고, 기준연도에 1년 이상 논농업에 이용된 농지’를 추가했다. 이런 농지가 전국적으로 6422㏊에 이른다. 그렇지만 정부는 당초 설정한 지급범위를 확대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승계 규정 신설=김승남 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이 발의한 개정안의 요지는 직불금 지급 대상자가 사망하거나 뇌사 판정을 받으면 같이 농사를 짓던 배우자나 가족이 직불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승계 규정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현행 법률은 직불금 대상 농지가 변경되는 경우에 한정해 매년 정해진 날짜까지 변경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망자 가족이 공동경작을 했음에도 직불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왔다. 김 의원은 “사망 시 직불금 승계 규정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고정직불금 단가 인상=민주당 최규성(전북 김제·완주)·김춘진(전북 고창·부안)·김영록·황주홍 의원은 각각 발의한 개정안에서 고정직불금 단가를 상향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고정직불금 단가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고시(시행규칙)로 결정한다. 1㏊당 지급 단가가 지난해 70만원에서 올해 80만원으로 10만원 인상됐다. 최규성·황주홍·김춘진 의원은 고정직불금 단가를 1㏊당 100만원으로 법률에 명시하자는 입장이다. 김영록 의원은 지급 단가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1년 단위로 산정하고, 산정기준은 시행령에 위임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물가상승률처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주기적으로 단가를 바꾸면 WTO 규정상 고정직불금이 (감축 의무가 없는) 허용보조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변동직불금 보전율 상향 조정=김영록·김춘진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은 변동직불금 보전율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목표가격과 수확기 쌀값의 차액 85%에서 고정직불금을 뺀 금액’인 변동직불금 산정 방식 중 차액의 ‘85%’인 보전율을 ‘90%’(김영록 의원) 또는 ‘95%’(김춘진 의원)으로 상향조정하자는 것이다. 변동직불금이 발동할 정도로 쌀값이 떨어졌을 때 농가 수령액이 5.9~11.8%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현 수준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