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 ‘부메랑’을 출간한 박태현 밀양새농민회장이 시집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태현 밀양새농민회장(67·경남 밀양시 상남면 연금리)은 맹코치에 가까운 삶을 살아왔다. 그는 세 살부터 자신을 괴롭힌 소아마비를 극복하고 딸기 간단전조재배법을 개발한 선도농업인이자 네 자녀를 의사와 교사로 키워낸 아버지로 우뚝 섰다. 최근 그는 첫 시집 <부메랑>을 펴내며 독학으로 일군 문학수업의 결실을 내놓아 문단의 호평도 받았다.
고교 졸업 후 독학으로 고등고시 1차에 합격했을 정도로 명석한 두뇌를 지녔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꿈을 접어야 했던 그는 전재산인 오두막과 논 1983㎡에서 아내 오분름씨(64)와 함께 아이들, 다섯 동생을 키워내기 위해 숱한 고생을 했다.
한때 부업으로 TV수리점을 열었지만, 1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아내도 날품팔이·농사일 등 온갖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아내가 이러한 어려움을 바탕으로 쓴 <바가지에 담긴 흰쌀>은 1995년 <농민신문> 생활수기 부문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그 또한 <장애인 딸기농사 도전기>로 2006년 <농민신문> 영농수기 가작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딸기농사를 지으며 큰 성공을 거뒀다. 부단한 노력과 지치지 않는 학구열로 한 시간에 12분만 전등을 켜 놓으면 밤새 전등을 켜놓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간단전조재배법을 개발, 2001년 새농민상 본상 기술부문상과 2005년 장애극복상을 받았다.
이제는 딸기농사를 접고 단감(1.65㏊)과 벼·보리(3.3㏊)를 재배하고 있는 그는 새로운 ‘주경야독’을 시작했다. 네 자녀가 모두 대학을 졸업한 2007년부터 시쓰기에 매달린 것. <농민신문> 등 자료와 전문서적을 벗하며 농사를 지어온 그는 이번에도 농사일이 끝난 한밤중에 혼자서 문학 이론서를 읽고, 시짓기에 몰두했다. 그 결과 2011년 영남권 문예지인 <서정과 현실> 신인상에 당선된 지 2년 만에 그는 56편의 시를 모은 이번 시집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의 시는 자신의 굴곡 많은 삶과 농사일, 농촌의 모습들을 담담하면서도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려냈다.
장애와 역경이 가득한 세상에 던져진 인생들에게 바치는 송가인 표제시 <부메랑>을 비롯해 방학 때마다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와야 했던 아들의 어린시절 회상을 통해 농촌의 고된 삶을 그려낸 <맹코치>, 사금처럼 귀하던 쌀의 퇴락을 아쉬워하는 <쌀값 이야기> 등 다양한 시에서는 고통에서도 꺾이지 않는 강한 인내와 젊은 기백이 엿보인다.
“농사일, 자녀 양육, 시쓰기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더군요. 낮에는 일용할 양식을 기르고, 밤에는 영혼의 자식들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몸과 마음이 다할 때까지 공부를 멈추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