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7년산 쌀에 적용될 목표가격이 기존의 17만83원(이하 80㎏ 기준)보다 1만7917원(10.5%) 오른 18만8000원으로 결정됐다. 국회는 1일 본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쌀 직불제가 도입된 2005년 이후 목표가격이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의 과정은=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23일부터 ‘여야정 6인 협의체’를 꾸리고 29일까지 목표가격 인상폭을 논의했지만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예산안 처리 2차 시한(30일)이 다다르자 여야는 상임위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 원내대표회담에 목표가격 협의를 위임했다. 결국 30일 원내대표회담에서는 ▲목표가격 18만8000원으로 인상(5년 적용) ▲영농규모화사업 금리 인하(연 2→1%) ▲쌀 고정직불금 조기 인상(1㏊당 2014년 90만원, 2015년 100만원) ▲논 동계작물 직불금 인상(1㏊당 20만→40만원)이란 합의안을 도출했다.
◆변동직불제 발동은=고정직불금 1㏊당 80만원과 새로 결정된 목표가격 18만8000원을 기준으로 2013년산 쌀 변동직불제가 발동될 가능성이 있을까.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발동 가능성은 극히 낮다. 1㏊당 80㎏ 쌀 63가마를 기준으로 직불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변동직불금은 ‘(목표가격-수확기 산지가격)×0.85×63-고정직불금’으로 구해진다. 이에 따라 목표가격이 18만8000원일 때 변동직불금은 수확기 평균 쌀값이 목표가격보다 1만4939원 낮은 17만3061원 이하로 떨어져야 지급된다.
수확기 가격은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의 평균값으로 정하는데, 지난해 10~12월 평균 쌀값은 80㎏에 17만5280원이다. 최근 쌀값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 1월 가격을 포함한 2013년산 수확기 평균 쌀값은 17만4000원대 후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2013년산 수확기 평균 쌀값이 2013년산 쌀의 변동직불금 발동 기준가격인 17만3061원보다 높아 변동직불은 발동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놓고 볼 때 야당으로선 비교적 높은 목표가격을 이끌어냈다는 명분을, 예산당국으로선 직불금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실리를 얻은 셈이다.
◆평가는=변동직불금 총액은 산지 쌀값이 1000원 떨어질 때마다 400억원씩 늘어난다. 산지 쌀값이 14만8000원까지 내려가면 변동직불금 지급액이 1조원으로 불어난다. 대풍으로 쌀값이 13만8000원까지 떨어졌던 2010년 상황이 다시 발생한다면 변동직불금 지급액은 1조4000억원으로 농업보조총액(AMS) 한도(1조4900억원)를 위협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8만8000원은 쌀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너무 과도한 금액”이라며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정부가 쌀값이 폭락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의 강한 반대로 19만원 선까지 올리지 못했다”면서도 “다만 부대조건까지 감안하면 19만원 이상의 효과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반면 23만원을 고수해 온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여야가 야합으로 목표가격을 처리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없나=목표가격과 관련해 바뀐 법률 규정은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제10조 1항뿐이다. ‘2005~2012년산은 기존 가격(17만83원)으로 고정한다’는 규정이 ‘2013~2017년산 목표가격이 80㎏에 18만8000원’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변동직불금 수령 조건에서 ‘벼 재배’를 제외하는 생산비연계방식이나 면적에 따라 직불금을 차등 지급하는 문제 등 쌀 직불제 개편을 둘러싼 기존 논의사항은 일절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기존 산정 공식을 놔둔 채 목표가격만 올렸기 때문에 5년 뒤면 지금보다 더 큰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물가·생산비 인상에 따른 농가의 요구 수준이 점점 높아지는 데 반해 향후 쌀값이 하락하면 목표가격도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