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문경시 산북면 회룡리 노인회관 앞에서 황혁주 산동농협 조합장(뒷줄 맨 오른쪽)과 서병성 회룡리 이장(맨 왼쪽)을 비롯해 귀농·귀촌인과 마을 어르신들이 더 나은 마을을 만들어 가자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귀농 동기들을 보면 주민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마을 주민들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도움을 청하면 너무 친절하게 가르쳐줘 오히려 미안할 정도인걸요.”
언론사에 근무하다 퇴직 후 2012년 9월 귀농한 김홍기씨(63). 그는 자신의 근황을 묻는 이들에게 마을과 주민들 자랑을 자주 한다고 했다. 김씨가 귀농한 마을은 경북 문경시 산북면 회룡리. 연고가 없는 이곳에서 4793㎡ 규모의 오미자 농사를 짓는다는 그는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오미자 명장으로부터 기술을 배우고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지난해 좋은 결실을 이뤘다”고 말했다. 현재 이 마을에는 그이처럼 귀농한 이들이 네명이다.
이재우씨(56) 또한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하다 귀촌했다. 그는 2010년 마을에 가장 먼저 정착한 이창녕씨(50)가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견학 후 정착하게 됐다. 그간 1년 동안은 집 짓는 일에 몰두했는데 이제 슬슬 농사에 관심을 둬볼 참이라고 한다.
회룡리에는 고향을 다시 찾은 이들도 세명이다. 그중 한 사람이 서우진씨(61). 부산과 경남 양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고향에 오미자 재배 바람이 불자 2012년에 귀향해 6611㎡에서 오미자 농사를 짓는 서씨는 “귀농인들이 들어오면서 예전과 비교해 마을이 많이 활기차졌다”고 자랑했다. 2010년 고향으로 돌아온 김학철씨(58)도 마을에 활력이 넘쳐나는 모습을 보면서 기쁘다고 했다.
125명의 주민 가운데 70대 이상이 60% 이상인 이 마을에 귀농·귀촌인들이 정착하니 도움되는 일도 많다고 한다. 서병성 이장(60)은 “귀농한 이들은 마을 어르신들이 농기계 사고와 같은 어려운 일을 겪을 때면 법률적 정보를 알려주는 등 도움을 주고 마을 주민들은 이들이 농사지으면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고 귀띔했다. 마을 주민들은 귀농인들을 통해 얻는 새로운 정보도 많다고 했다.
귀농·귀촌인과 마을의 젊은 층이 자주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모임도 생겼다. 매월 19일에는 귀농·귀촌인과 현지 주민 등 10명이 모여 고민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며 마을일에 대해서 의논하고 있다. 김홍기씨는 “잘 사는 마을은 혼자만 농사를 잘 지어 되는 게 아니고 마을 주민들이 함께 잘 되어야 하기에 귀농인들이 나서서 마을에서 생산한 오미자와 사과를 공동 판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우선 올해는 주민들과 함께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황혁주 산동농협 조합장은 “지역 주민들과 귀농·귀촌인이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이 알려져 마을에 더 많은 이들이 정착하고 더욱 활기찬 곳이 되도록 농협에서도 관심을 가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