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청도에서 벼농사를 짓는 이모씨(71)는 이번 설을 앞두고 큰 결심을 했다. 그동안 자녀 눈치를 보느라 망설여온 농지연금에 올해는 꼭 가입하리라 마음 먹은 것. 이씨는 “고민을 거듭하던 차에 제도가 개선돼 매월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늘었다는 얘길 듣고 마음을 굳혔다”면서 “설에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동의를 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지연금이 농촌지역 고령농업인들의 부족한 노후준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지연금은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를 담보로 매월 생활자금을 연금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다. 연금을 꼬박꼬박 받으면서도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농업인들의 관심이 높다. 특히 올해부터는 관련법 개정으로 제도가 대폭 개선되면서 더욱 많은 농업인들이 가입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가입 위해선 자녀 도움이 ‘필수’=전문가들은 이 같은 농지연금에 대한 관심이 실제 가입으로 이어지려면 자녀들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입자들이 농지연금 가입 전에 이에 대해 상의하는 대상은 아들과 딸이 5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가입 당시 주위에서 가입을 반대한 사람도 자녀가 6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입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2년 농지연금을 중도에 해지한 265명의 사유를 파악해보니 ‘가족의 반대’가 98명(37.0%)으로 가장 많았다. 자녀 등 가족들의 공감대 없이는 가입은 물론 계약의 유지 역시 힘들다는 의미다.
한 은퇴설계 전문가는 “주택연금이나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에 가입한 도시 은퇴자에 비하면 농촌 고령층은 노후 준비가 극히 미흡한 수준”이라면서 “설처럼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기회에 다 함께 부모님의 노후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농지연금=농지연금은 2011년 처음 도입된 이후 매년 조금씩 부족한 점이 개선됐지만 농업인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올해는 대부분 농업인이 직접 받게 되는 연금액에 관련된 사항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농지가격 평가방법 현실화다. 종전 농지연금 가입때는 담보농지를 공시지가(실거래가의 61% 수준)로만 평가해 실거래가를 반영하는 주택연금보다 연금 수령액이 적다는 불만이 많았다. 올해부터는 농업인이 공시지가 또는 감정평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바뀌었다.
농가에 적잖은 부담을 주던 가입비(농지가격의 2%)도 폐지됐다. 연금지급액에 적용되는 대출이자율 역시 4%에서 3%로 낮아졌다. 가입자 사망시 승계할 배우자가 없을 경우 농지를 처분한 금액에서 연금지급액에 대출이자를 더한 금액을 뺀 나머지를 자녀에게 돌려주게 된다. 대출이자가 낮아지면 자녀가 돌려받을 금액이 그만큼 커지게 되는 셈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이런 제도개선으로 올해 월 평균 연금액이 92만4000원으로 지난해 81만원보다 14%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75세 농업인이 2억원 상당의 농지를 담보로 가입할 경우 월 14만8000원(93만6000원→108만4000원)을 더 지급받게 된다.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현재 부부 모두 만 65세 이상이어야 하는 가입 기준도 농지소유자만 65세 이상으로 확대된다. 다문화가정 등 부부의 나이차가 많이 나는 농가도 가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재 농지연금 가입대상은 부부 모두 만 65세 이상으로 영농경력 5년 이상이며, 소유한 농지의 총면적이 3만㎡(약 9075평) 이하인 농업인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농지연금 고객안내처(☎1577-7770)로 문의하면 된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