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제 정암마을 이장(오른쪽부터)과 정시우 월촌정암수박작목반장, 김홍식 작목반 총무가 출하를 앞둔 수박의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대한(大寒)을 지나며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는 동장군의 위세가 강 건너 남의 집 이야기처럼 들리는 곳이 있으니, 바로 경남 함안군 군북면 월촌리다. 우리나라에서 수박이 가장 먼저 나오는 곳이자 겨울수박의 최대 산지인 월촌리 들판에는 요즘 비닐하우스마다 싱그러운 수박향이 가득하다.
“근래 들어 설 차례상에 수박을 올리는 가정이 늘어난 데다 여름철 대표 과일을 한겨울에 맛보고자 하는 수요가 많습니다. 요즘은 설과 정월대보름 대목을 노린 수박 출하가 한창입니다.”
정시우 월촌정암수박작목반 반장(67)은 “겨울수박도 당도 12~13브릭스는 너끈히 나온다”며 “우리 월촌 지역은 겨울철 눈비가 적어 일조량이 풍부하고 토양이 비옥해 겨울수박 재배의 최적지”라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우리나라의 겨울수박은 이곳 월촌리 외에도 함안 대산·법수면과 의령 용덕면에서 일부 재배되고 있지만, 1~2월에 나오는 물량은 90% 이상이 월촌리에서 생산된 것이다. 월촌리가 겨울수박의 주산지로 자리잡은 것은, 정 반장의 말대로 일조권이 좋고 기후가 따뜻한 데다 남강변의 잘 발달된 충적토 덕분이다. 이런 조건 때문에 2작기(12월·3월 2차례 정식)가 대부분인 다른 지역과 달리 월촌에서는 첫 작기를 9월 말~10월에 시작하는 3작기가 가능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3작기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월촌밖에 없습니다. 9월 말부터 정식에 들어가 12월 중하순~2월에 수확하는 한 작기가 더 있는 것이 특징인데, 우리 지역의 1작기 수박이 흔히 얘기하는 겨울수박입니다.”
한명제 정암마을 이장(51)은 “우리 지역은 겨울수박 농사에 있어서만큼은 기후·환경적으로 복 받은 지역”이라며 “도시에 살다가 부모의 뒤를 잇기 위해 귀향하는 2세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월촌리에는 정암을 비롯해 월촌·이봉 세개 수박작목반이 있으며, 130여농가가 총 1600여동(한동당 825㎡, 약 250평)의 비닐하우스에서 수박을 생산 중이다. 이 세개 작목반에서 생산하는 겨울수박(1작기 수박)은 약 64만통으로, 공판장을 거쳐 전국 각지의 백화점·대형마트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겨울수박은 여름수박보다 크기가 약간 작은 5~7㎏짜리가 상품(上品)이며, 가격은 1㎏당 2500~3200원에 형성되고 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