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진청이 지난해 개발한 기능성 GM(유전자변형) 작물인 물바구미 저항성 벼에 대해 야외 재배 생물검정을 실시한 결과, 물바구미 발생률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기능성 불포화지방산인 감마리놀렌산을 함유한 유채와 스스로 물바구미 등 해충을 쫓는 벼 품종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두 품종은 각각 해외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돼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아울러 농가에서 재배가 이뤄진다면 수입대체 효과와 농가소득 증대, 영농비 절감 및 환경보전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정작 농가의 관심사항인 ‘종자 구입과 재배 시점’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는 아직 국내산 GM 작물을 원료로 한 식품의 안전성 평가 등 안전성 검정을 마치지 못해 국내에서 GM 작물을 재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GM 작물에 대한 연구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진행돼 안전한 품종 개발은 가능하지만 안전성 검정은 불과 3년 전부터 시작돼 독성 검사나 생태계 위험 등을 평가하는 기술적인 경험이 부족한데다 재배 관련 마땅한 지침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내 GM 작물의 개발 현황과 실용화 필요성 및 과제 등을 알아본다.
◆GM 작물 개발 현황=감마리놀렌산을 생산하는 유채와 해충을 내쫓는 벼를 포함해 우리나라가 개발하거나 개발중인 GM 작물은 2012년 기준 20여 작물 200여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논문을 통해 기술적으로 인정된 것만 130여종에 이른다. 개발된 주요 GM 작물은 벼와 고추·배추·콩·감자·고구마 등이며, 그 내용을 보면 병해충 저항성부터 제초제에 내성을 갖고 있는 품종, 가뭄이나 더위에 견디는 품종, 수량성이 탁월한 품종, 각종 기능성을 갖춘 품종 등이다. 이들 품종의 특성은 수량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 품종은 아직 재배 및 상업화 단계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식품 안전성과 환경 위해성에 대한 안전성 검정을 통과한 품종이 없기 때문이다. 안전성 검정 외에도 1개 GM 작물을 개발하는 데 1000억~1500억원 이상 많은 비용이 드는 데다 안전성 검정을 포함해 실제 농가가 재배하는 데까지 10~1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농진청이 GM 작물을 주도적으로 개발·연구하고 있으나 예산규모는 연간 200억원 안팎으로 몬산토나 신젠타 등 다국적 종자업체의 투자규모에 비해서는 10~20%에 불과하다.
국제농업생명공학응용서비스(ISAAA)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GM 작물 재배규모는 1996년 처음 재배된 이후 계속 늘어나 2012년엔 25개 작물 196개 품종 1만7030만《에 달했다. GM 작물 재배국가는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캐나다 등 28개국이며 사료용이나 식품용으로 수입 승인해 사용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해 58개국에 이른다.
◆GM 작물 개발의 필요성=GM 작물 개발의 목적은 식량안보와 다수확으로 요약된다. 이는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것이다. 상업적으로는 다국적 종자업체들의 경쟁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곡물 자급률이 20%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안보 차원의 GM 작물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개발하는 GM 작물의 대다수가 벼이고 그 방향이 내재해성·내병성인 것은 이상기후에도 차질없이 주곡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대비의 성격이 짙다. 여기에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기반을 둔 다국적 종자기업들이 가뭄저항성·해충저항성 GM 작물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선 것도 GM 작물 개발을 촉진했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 발전에 따른 식량 수요 폭증, 기후변화로 이한 각종 돌발 병해충 발생과 사막화 등에 따른 농경지 감소도 GM 작물 개발을 거들었다.
GM 작물 연구와 관련, 농진청 관계자는 “우리가 당장 GM 작물을 재배해 판매하려면 식품 안전성과 환경 위해성 검사를 거쳐야 하고 소비자와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하지만 우리가 예상하지 않은 미래에 갑자기 이상기후가 닥칠 경우 더위에 강하고 병해충에 내성이 있는 쌀을 생산할 수 없으므로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과 의무감으로 GM 작물을 연구하고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과제=GM 작물은 안전해야 한다. 철저한 안전성 검사를 통한 ‘안전에 관해서는 완벽한’ 품종 개발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된 GM 작물의 실용화도 과제다.
실용화는 우리 농민들이 재배하고 소비자들이 선택함으로써 소득 증대나 원하는 농산물 구입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또는 GM 작물 재배가 활발한 나라에 종자를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실용화를 위해선 정부가 우선 농민과 소비자들에게 GM 작물 개발의 필요성을 적극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또 GM 작물 실용화에 대해 농민단체나 시민·소비자단체에 그 과정을 투명하게 알리고 가능하다면 안전성 검사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박수철 농진청 GM작물실용화사업단장은 “GM 작물은 2012년 기준으로 이미 세계 종자시장 가치의 35% 이상을 차지하며 종자산업의 실질적인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벼와 고추·감자 등 수십 종의 GM 작물을 개발하고 있으며 철저한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품종을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