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예상보다 오래 가면서 축산농가들의 시름도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AI는 1월16일 전북 고창의 종오리 농가에서 처음 신고가 들어와 전국으로 확산되다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하더니 아직까지 산발적으로 의심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AI가 장기화되면서 닭·오리 소비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구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닭·오리고기 소비가 이전보다 60~70%나 줄어들면서 농가와 관련업계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정부와 농협 등에서 할인판매와 시식행사 등 다양한 소비촉진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특히 정부의 가금류에 대한 이동 제한조치로 축산농가들이 출하시기를 놓치면서 판로가 막히거나 사료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등 이중삼중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 정부는 AI 확산을 막기 위해 발병농가로부터 반경 3㎣ 내 농장의 닭과 오리는 살처분하고 있으며 3~10㎣ 내 농가의 가금육은 출하를 제한하고 있다. 지난 6일 전북 김제에서 토종닭을 기르던 한 농가가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난 것도 닭을 내다 팔지 못해 손실이 커지자 이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서둘러 토종닭 100만마리의 도축비용 등을 지원해 비축하기로 했지만 축산농들이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 정부는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피해농가의 닭·오리에 대해 수매를 서둘러야 한다. 이미 과거 4차례 AI가 발생했을 때 3번이나 정부수매가 이뤄졌던 사례도 있는 만큼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 여야도 한 목소리로 출하시기가 지난 가금류에 대해 정부에서 수매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