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한 피해가 사상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소나무 153만7377그루가 재선충병에 걸렸다. 이는 그동안 가장 피해가 심했던 2006년의 136만9085그루보다 12.2%나 많은 양이다. 올 들어서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벌써 55만그루가 재선충병에 걸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국의 소나무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산림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재선충병 긴급방제 특별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시간과 예산·인력 등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발생 과정과 현황은=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10월 부산 동래구 온천2동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했다. 일본에서 들여온 원숭이 운반상자에 솔수염하늘소 성충이 뚫어놓은 구멍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이 때문에 재선충병은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발생 첫해 소나무 345그루가 피해를 보긴 했지만 이후 확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01년부터 확산 조짐을 보였고, 2005년 대발생때는 86만2542그루가 피해를 당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정부는 그해 ‘소나무재선충병방제특별법’을 제정했고 법률에 따라 감염목 이동제한, 역학조사, 방제의 법제화 등을 실시했다. 이후 2006년 136만9085그루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2010년 13만2780그루까지 떨어졌다. 이에 고무된 산림청은 2015년까지 ‘재선충병 완전 청정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목표는 물거품이 됐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부터 지금까지 81개 시·군·구에서 발생해 686만그루의 소나무가 고사했다. 이 중 21개 지역은 방제가 완료됐지만, 지난해 새로 발생한 11곳을 포함해 올 2월 현재 60개 시·군·구에서 방제가 진행 중이다. 피해 고사목이 3만그루를 넘는 재선충병 특별관리 지역만 해도 제주, 부산 기장군 등 10곳에 이른다.
◆지난해 대발생 이유는=재선충병 피해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이유는 우선 2006년을 정점으로 재선충병 발생이 줄면서 방역 당국과 지자체의 방역 의식이 약해졌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방역 예산과 전담 인력도 감소했다. 이로 인해 재선충병 감염목 이동 통제를 위한 검문 실적이 2009년 2만4042건에서 2012년 1만1149건으로 53.6%나 줄었다.
일반 국민들이 재선충병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재선충병이 걸린 소나무를 이동시키면 청정지역까지 감염될 수 있는데도 이런 행위가 매년 7~8건씩 적발되고 있다. 심지어 감염목을 덮어 놓은 비닐까지 헤집고 나무를 가져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화목보일러 보급이 크게 늘면서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동 통제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지지만 실제로 이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산림청 관계자는 “화목보일러는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한짐 두짐 가져가는 것까지 야박하게 단속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밝혔다.
날씨도 한몫했다. 일반적으로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는 5월경부터 활동을 시작하는데 비가 적고 가물수록 활동이 활발해진다. 태풍이 거의 없었던 지난해는 솔수염하늘소가 활동하는데 더없이 좋은 기상 여건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가뭄이 심했던 제주에서 재선충병이 크게 번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향후 방제 대책은=산림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재선충병 긴급방제 특별대책’을 시행 중이다. 39명으로 전담조직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재선충병 발생 지자체도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안전행정부는 1월부터 피해 극심 지역에 전담 인력 24명을 증원했다.
산림청은 지난해 제거하지 못한 88만그루를 포함해 143만그루의 감염목을 4월 말까지 전량 베어낼 계획이다. 특히 2회 이상 반복 방제를 실시해 1차 방제 이후 추가로 발생된 감염목을 남기지 않고 제거키로 했다. 또 6만2000㏊를 항공방제하고, 재선충병 예방주사를 4000㏊에 접종할 계획이다. 예방주사는 2년간 재선충병을 거의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한그루당 1만원에 이르는 높은 비용이 문제다. 이에 따라 유적지나 보존 가치가 높은 소나무에 한해 선별적으로 예방 주사를 접종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방제 대책 추진에 562억원의 예산(국비)이 편성돼 있지만, 지방비 부담이 30%에 달한다. 어려운 지자체 재정에,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 보상금 부담으로 더욱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재선충병 방제비까지 부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소나무재선충병은 길이 1㎜ 내외의 재선충이 소나무의 수액·양분 이동 통로를 막아 나무를 고사시키는 병이다. 감염된 소나무는 100% 말라 죽기 때문에 ‘소나무 에이즈’로 불린다. 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어 솔수염하늘소·북방수염하늘소 같은 매개충에 기생해 다른 소나무로 침입·증식한다.
솔수염하늘소 한마리에는 1만5000마리의 재선충이 기생하며, 재선충 1쌍은 20일 만에 20만마리로 번식한다. 감염목은 솔잎이 아래로 처지고 시들다가 30일 정도 지나면 빨갛게 변한다. 재선충이 발병한 산을 그대로 놔두면 4~5년 뒤에는 소나무가 전멸할 정도로 강한 전파력을 지녔다. 솔수염하늘소가 성충이 되기 전인 4월까지 고사목을 제거하는 게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베어낸 나무는 파쇄·소각하거나 비닐로 덮어 훈증처리해야 한다. 그루터기도 훈증약재를 뿌린 뒤 비닐로 덮어씌워야 한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