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과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11일 정상회담을 갖고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2005년 7월 협상을 시작한 지 8년8개월 만이다. 자동차·전자제품 수출길이 활짝 열렸지만 쇠고기·돼지고기를 비롯해 전체 농산물 81%의 수입 문턱도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농업 희생을 감수하며 공산품 수출시장을 확보하는 우리나라 FTA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양국은 협정문에 대한 법률검토를 거쳐 가서명과 정식서명 절차를 조속히 밟기로 했다. 이후 국회비준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2015년부터 FTA가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는 미국·브라질·중국에 이은 세계 4위 규모의 농산물 수출대국이다. 미국에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연간 80만~100만t이나 수출할 정도로 축산물 경쟁력이 높다. 캐나다가 자동차 관세를 2년 내에 없애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우리와 FTA를 맺은 이유 역시 한국을 발판 삼아 아시아 축산물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캐나다가 가장 기대를 거는 품목은 돼지고기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4만t의 돼지고기를 수출해 수입시장 점유율 2위를 달렸다. 올 1월 기준 캐나다산 냉동돼지고기(기타부위)의 수입 단가는 1㎏에 2295원으로 미국산 3072원의 75%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양돈 전문인력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고 한국인이 선호하는 삼겹살과 목살을 진공포장해 수출한다. 이에 따라 양돈농가가 한·캐나다 FTA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은 2003년 광우병 발생으로 중단됐다 2012년에서야 재개됐다. 지난해 2000t 수입에 그쳤지만, FTA를 무기로 조만간 광우병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0~2002년 캐나다는 우리나라에 연평균 1만3500t의 쇠고기를 수출해 미국·호주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축산 강국인 호주와의 FTA를 타결한 데 이어 뉴질랜드와의 FTA 협상도 올해 중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시장은 농산물 수출국들의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광천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국장은 “일련의 FTA 체결 과정에서 농업 희생을 당연시하는 정부 시각에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며 “농업 생산기반 유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