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농민이 파종한 지 20일이 지나도 잔뿌리가 나오지 않은 데다 원뿌리마저 말라죽어가고 있는 어린 모종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전북 익산시 금마·왕궁지역에서 한 업체의 원예용상토를 사용한 30여농가들이 뿌리 고사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업체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농가는 파프리카·고추씨가 발아한 지 20일이 지나도록 잔뿌리가 나오지 않는 데다 원뿌리가 죽고 부정근에서 새뿌리가 나오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한 어린 모종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3월 초 뿌리 고사피해를 처음 발견한 육묘상 강명호씨(54·금마면 동고도리)는 “정상 상태에서 열흘가량 지난 모종을 뽑으면 잔뿌리 활착이 잘돼 상토 덩어리째 올라와야 하는데 뿌리째 뽑히고 원뿌리도 죽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강씨는 씨앗에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같은 업체의 상토로 파종해 시험한 결과 똑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강씨는 “다른 업체의 상토에 파종한 결과 이번에는 뿌리 활착이 잘되고 튼튼한 모종이 생산돼 결국 상토에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2월25일 ‘ㄴ’업체의 원예용상토에 고추 3만포트를 이식한 박영환씨(61·왕궁면 용화리)는 “겉보기에는 멀쩡한데 잔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어 3만포트를 다시 이식하느라 막대한 비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강씨를 비롯한 피해농가들이 사용한 상토는 ‘ㄴ’업체에서 지난해 12월17일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현장을 직접 방문한 해당업체 관계자는 “작물은 파종시기, 날씨·온도, 토양의 산도 및 전기전도도(EC)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그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토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해농가들은 업체가 직접 상토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 달라고 요구했다. 강씨는 “정식이 시작되는 4월 하순이 되면 뒤늦게 피해사실을 발견한 농가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2주가 지나도 상토업체에서 전혀 반응이 없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