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장재경 박사가 ‘가축분뇨를 이용한 미생물 연료전지 기술’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축산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가축분뇨. 처리비용이 만만치 않은 가축분뇨를 비용부담 없이 친환경적으로 말끔히 해소할 수는 없을까. 나아가 가축분뇨를 활용해 본업 못지않은 짭짤한 소득까지 올릴 수 있다면….’ 가축분뇨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축산농가(특히 양돈농가)들에게는 꿈같은 얘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결코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농촌진흥청은 축산업계 최대 난제인 가축분뇨 처리의 해법 모색에 나서 최근 가축분뇨를 돈이 되게 하는 실마리를 찾아냈다.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가축분뇨는 고농도 유기물과 질소, 고형물 등으로 이뤄져 있어 친환경적인 분해·처리가 매우 어렵다. 그동안 축산업계가 가축분뇨를 퇴·액비로 만들어 농지에 환원하는 자연순환농업에 공을 들여온 이유다. 2012년 가축분뇨 발생 총량 4649만t 가운데 4124만t(88.7%)을 퇴·액비로 이용하고, 나머지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정화과정을 거쳐 처리했다.
여기서 진일보한 방식이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나머지를 퇴비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가스를 전기로 바꾸는 값비싼 설비(제너레이터)가 필요해 경제성 측면에서 아직까지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한 상태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농과원)은 이런 현실에 강한 의문을 던졌다. ‘왜 가축분뇨는 효율적으로 자원화할 수 없는가?’ 하는 물음이다. 가축분뇨를 사회적비용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와 자원을 창출할 기회를 찾아보자는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농과원 장재경 박사팀은 이런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2012년부터 가축분뇨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면서 그 과정에서 청정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연구를 시작해 최근 그 단서를 확보했다. 이른바 ‘가축분뇨를 이용한 미생물 연료전지 기술’이다.
◆첨단과학 집약된 신기술=미생물 연료전지는 유기물의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시스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미개척에 가까운 첨단과학기술이다. 기존 연구도 하수나 폐수를 이용한 사례가 일부 있을 뿐이다. 장 박사팀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해 가축분뇨를 환경친화적으로 처리하고 동시에 별도의 전기전환장치 없이 직접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냈다. 그 성과는 기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 시스템을 거친 가축분뇨는 화학적산소요구량(TCOD)이 56% 감소하고, 부유물질(SS)이 90% 이상 줄었다. 향후 기술 진전에 따라 가축분뇨를 에너지화한 뒤 100% 자연방류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전기에너지 생산효율 향상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장 박사팀은 미생물 연료전지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가축분뇨의 암모니아성질소와 질산성질소 성분을 차단함으로써 발전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전처리시스템을 확립했다. 이에 따라 전기 전환율이 기존 0.2%에서 전처리 후 14%로 향상돼 신기술의 경제성도 확보하게 됐다. 장 박사는 “현 단계에서 발전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린다고 가정할 때 가축분뇨 10t 처리시 770kWh의 전기가 생산돼 기존 메탄가스를 이용한 전기생산(534kWh) 방식을 뛰어넘는다”고 밝혔다.
◆고부가가치 산업화 기대=농과원이 개발한 신기술은 가축분뇨의 친환경적인 처리와 전기에너지 생산에서 한발 더나아가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화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가축분뇨에 함유된 질소나 인 성분을 회수해 비료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70~80℃)은 난방용 에너지를 비롯한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농과원은 기술 효율을 한층 더 고도화하고 경제성을 높여 실용화 단계로 나가면, 축산농가는 가축분뇨를 일절 배출하지 않고 사육시설에 필요한 전기와 난방 에너지를 자체 충당하며 비료 원료 확보를 통해 추가 소득까지 올리는 이상적인 축산모델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재경 박사는 “미생물 연료전지를 이용한 가축분뇨 처리 시스템은 지속가능한 축산 기반 조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우리가 세계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기술이 정립되면 머지않은 미래에 가축분뇨가 비용이 아닌 자원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