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ㆍ사과ㆍ복숭아 등 과수의 저온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봄철 이상고온으로 꽃 피는 시기가 평년에 견줘 보름 가까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갑작스럽게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고 일부 지역에는 서리까지 내리면서 과수 꽃눈이 얼어죽는 피해가 속출해 올해 과수 농사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관계기관을 통해 집계한 농작물 저온피해 현황에 따르면 11일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배ㆍ사과ㆍ복숭아ㆍ매실등 모두 4092㏊(농가 피해신고 기준) 규모의 과수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표 참조>.
특히 배 꽃눈 피해가 심각하다. 전국적으로 3243㏊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 1801㏊, 충남 1062㏊, 충북 738㏊, 세종 244㏊, 경북 203㏊, 경남 51㏊ 등이며 <신고>에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는 <선홍> 품종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모두 679㏊의 피해가 신고됐다. 더 큰 문제는 피해율이다.
농식품부는 표본조사 결과 50% 이상 피해가 발생한 면적은 10% 정도로, 전체 수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농가와 현장 관계자들은 피해율이 90%를 넘는 곳이 적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정확한 피해 정도는 착과 이후 파악이 가능하지만 일단 꽃눈 피해율이 90%를 넘으면 정상적인 착과나 과실 수확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농촌진흥청 분석에 따르면 꽃눈이 90% 고사하면 수량감소율은 80%나 된다. 피해율이 이보다 덜한 경우라도 여파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보통 배나무 1화방당 꽃수 7∼8개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정상 결실을 위해서는 3∼5번 꽃이 중요한데, 1∼4번 또는 1∼6번 꽃이 저온피해를 입은 경우 나머지 꽃은 착과돼도 기형과 발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저온피해를 입은 배꽃은 암술이 살아 있어도 암술 및 자방 조직이 손상됐을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착과가 되도 기형과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피해 농가들의 소득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배 꽃눈 피해를 입은 농가들 중 상당수는 지난해에 이어 두 해 연속 타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이들의 경제적 압박이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개화기 저온피해 면적(5월 말 기준)은 배 2814㏊, 사과 476㏊, 복숭아 1140㏊ 등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비한 안전장치로 정부가 농작물재해보험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 봄철 동상해 보장은 주계약이 아닌 특약사항이기 때문이다. 올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배 72.1%, 사과 89.3%, 복숭아 19.1%, 자두 10%에 그쳤고 배는 특약까지 약정한 비율이 19.6%, 사과는 32.2%에 불과해 실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농가는 극히 일부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가입하지 않은 농가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각 시ㆍ도에 정확한 저온피해 현황조사를 긴급 시달하는 한편 농작물재해보험 미가입 농가를 위한 농약대(1㏊당 47만원)ㆍ생계지원비(가구당 85만원) 등의 재해복구비와 농축산경영자금 이자감면 지원 검토에 들어갔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