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치료·피부재생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병풀을 재배 중인 전명도(오른쪽)·전창욱씨 부자.
“상처치료 연고 <마데카솔> 아시지요? 그 약의 원료가 병풀입니다. 동남아에서는 병풀을 식용으로도 이용한다는 데 착안, 재배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경남 합천군 초계면의 전명도(72)·전창욱씨(43) 부자가 병풀이라는 이색 식물 재배에 나서 주위의 호기심을 사고 있다. 병풀은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자생하는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잎이 원형으로 둥글고 광택이 나며 가장자리는 톱니 모양을 하고 있다.
전씨 부자가 병풀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11년부터다. 아들 창욱씨가 제주도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모종 몇포기를 얻어와 화분에 재배하며 성분을 알아보던 중 중국·동남아에서는 상처치료·피부미용·소염 등에 널리 쓰이는 풀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우리나라의 경우 자생지가 남부에 한정되다 보니 활용 예가 거의 없지만, 제주 민간에서는 ‘함박쿨’이라고 해서 상처를 다스리는 데 써왔다.
“병풀의 주성분인 아시아티코사이드는 피부 재생에 효과가 탁월해 동남아에는 천연화장품 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냉차, 스리랑카에서는 샐러드로 이용하기도 하고요.”
창욱씨는 “요즘 동남아 출신 결혼이민여성이나 천연화장품 애호가들이 가끔 연락을 해온다”며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수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전씨 부자는 3년의 증식 기간을 거쳐 50여㎏의 병풀 모종을 생산, 3월 2970㎡(약 900평)의 밭에 본격 식재를 했다. 창욱씨에 따르면 병풀은 딸기처럼 런너(포복경·기는줄기)를 뻗어 번식하며 생육이 강해 5월 말이면 온 밭을 파랗게 뒤덮는다. 이때가 첫 수확시기로, 25~30㎝ 정도 자란 잎과 잎자루를 낫으로 베어 생초나 건초로 이용한다.
재배 첫 해지만, 전씨 부자는 이미 상당량 판로까지 확보해둔 상태다. 천연화장품 재료업체들로부터 건초를 구입하겠다는 주문이 여러 건 들어왔고, 명상을 돕는 차나 향으로 쓰기 위해 몇군데 명상센터에서도 연락을 취해오고 있다.
전씨 부자는 병풀의 수요 증가 상황을 봐가며 모종 및 재배법을 인근 농가로도 보급할 계획이다. 창욱씨는 “마땅한 특산물이 없는 우리 고장을 병풀 단지로 만들어 주민들의 틈새 소득 창출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