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서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경기·강원 등 접경지역 소·돼지 사육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한 지역축협에 소속된 공동방제단원들이 한우농가를 방문, 구제역 방역활동을 하는 모습.
“여차하면 구제역이 재발할 수 있는데, 농가 방역의식은 왜 그렇게 느슨해졌는지 답답합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열린 구제역특별방역 태스크포스(TF)회의에 참석했던 한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회의 결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북한의 강원 철원지역에서 3월14일 소 구제역이 발생했고, 앞서 1월엔 돼지 구제역이 두 차례나 발병해 구제역 바이러스의 남한 유입이 우려되는데도 농가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긴장을 하지 않는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그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공기를 타고 50㎞를 날아가 감염시킬 수 있다”며 “현재 조류인플루엔자(AI)는 진정되고 있지만 구제역은 매우 위험한 일촉즉발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걱정했다.
실제 구제역에 대한 농가들의 방역의식은 백신 공급률만 보더라도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올 1·4분기 전업규모 농가에 대한 구제역 백신공급 실적은 계획(749만4000마리분) 대비 69.8%(523만4000마리분)에 불과했다. 이는 구제역 감염 대상인 소·돼지·염소 등을 사육하는 농가들이 백신 구입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백신 접종에 따른 항체형성률도 터무니없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집계한 구제역 항체형성률(백신을 접종해야 항체가 형성됨)은 소의 경우 지난해엔 평균 97.4%였으나 올 2월엔 92.1%로 오히려 낮아졌다. 돼지의 항체형성률도 지난해 평균 60.4%에서 올 2월 58.2%로 떨어졌다. 특히 비육돈은 2월 현재 43.9%만 구제역 항체를 갖고 있는 상태다. 전체 비육돈 가운데 구제역 바이러스에 저항할 능력이 있는 돼지는 절반도 안되는 셈이다.
농가들이 이처럼 구제역에 대해 느슨하게 대응하자 농식품부는 전국적으로 백신 접종 상황을 일제 점검한 후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농가에 대해 과태료 부과와 함께 추가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기·강원·충북도와 인천광역시 등 북한과 인접한 지자체들도 구제역과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들 지자체는 구제역 백신 항체형성률이 저조한 농가를 지속적으로 단속해 행정처분할 계획이다.
농협중앙회 역시 북한 구제역의 남쪽 확산 차단과 선제적 대응을 위해 구제역 상황실 근무를 강화하고 북한 접경지역에서는 공동방제단과 축협 자체 차량을 이용, 집중 소독활동을 펼치고 있다. 농협은 지난 10일 전국 10개 시·도 지역본부의 구제역 백신공급 담당자를 긴급 소집, 백신 공급률이 저조한 지역에 대해 특별대책을 강구토록 지시하기도 했다. 농협은 또 축산농가에 대한 방역의식 고취를 위해 18일 강원 양구지역 소 사육농가에서 구제역 방역(소독·백신접종) 시연회를 열 계획이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