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카네이션 반입량이 늘었습니다. 일부 농가들이 출하를 서두르기 때문인 듯합니다. 침울한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어버이날 등 5월 대목장엔 제값 받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4월28일 새벽 2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 5월 대목장을 코앞에 둔 시점이지만 경매 분위기는 활기를 느낄 수 없었다.
오수태 공판장 절화팀 경매실장은 “예년 이맘때 같으면 카네이션 가격이 올랐을 텐데 올해는 유찰 물량이 많고 장미류를 제외한 다른 절화류 시세도 예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리시안시스는 특품인데도 한단당 6000~7000원에 머물렀고, 거베라는 상품 한단당 1000원 선에 낙찰됐다. 둘 다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반토막 난 시세표를 확인한 꽃 출하농가들의 표정은 크게 어두웠다.
장근종씨(58·인천)는 “결혼식 때 주로 쓰이는 절화류마저 시세가 좋지 않아 답답하다”며 “겨울철 난방비로만 연간 4000만원이 드는 현실을 생각하면 참담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좋지 않긴 해도 결혼식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봤는데 예상을 빗나간 시세에 허탈하다는 것이다.
서울강남터미널 경부선 꽃 도매상가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탁상인 ○ ○원예 사장(50·여)은 “통상 토요일엔 전날 들어온 꽃들이 많이 팔려 재고가 거의 없는데 4월 넷째 주말에는 30~40%가 팔리지 않았고, 평소 구입이 잦은 교회 관계자들마저 뜸했다”고 말했다. “5월 특수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어서인지 카네이션과 장미(스프레이) 등은 그럭저럭 판매되고 있긴 하지만 가격은 예년보다 낮은 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허봉 경부선 꽃 도매상가 운영회장은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5월 첫째 주말은 지나야 시세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사회 분위기가 침체돼 있어 가격이 오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수태 경매실장은 “공영도매시장 경락가격이 더 낮아지면 위탁시장 등지로 출하처가 이동하면서 시세가 혼조세를 띨 수 있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