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간 출하 시기가 겹쳐 반입량이 늘어난 <녹광>고추와 홍고추의 시세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녹광>은 지난해 10월 아주심기한 경남 진주·밀양지역에서 주 출하되고 있는 가운데, 올 3월 아주심기한 전남 나주와 충남 공주지역 등에서도 출하가 시작됐다. 서울 가락시장 거래가격은 상품 10㎏들이 한상자에 4만원 후반대로, 한달 전 5만원 대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같은 때보다 1만원가량 높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녹광>으로 만든 홍고추의 경우 예년과 달리 가격이 급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10㎏들이 상품이 4월 중순 20만원을 호가하다 점차 떨어져 10만원 대로 반토막이 난 뒤 이달 2일엔 5만원 대로 주저앉았다. 한달이 채 못 되는 기간에 가격이 25%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손호길 농협공판장 경매팀장은 “고추를 붉히는 데 40~50일이 걸리는 탓에 시세가 좋으면 풋고추로 출하하는 농민이 많아 홍고추 가격이 양호하게 유지되는데, 올해는 풋고추 시세가 지난해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이례적으로 홍고추 가격이 급락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을 두고 시장 관계자들은 홍고추 시세가 4월 중순경 예년 같은 때의 12만원 선을 훌쩍 뛰어넘자 상당수 농가들이 홍고추 출하 쪽으로 돌아서 아직까지 계속 출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홍고추를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진주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출하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반입량이 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녹광>과 홍고추 모두 가격 전망은 어둡지 않은 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관측월보에 따르면 <녹광>은 당분간 출하량 감소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다소 높은 가격을 유지할 전망이다.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경남 일부지역에서 출하를 서둘러 끝낸데다, 공주지역은 재배면적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홍고추 역시 일시적으로 늘어난 물량이 소진되면 큰 폭의 가격 등락 없이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재욱 동부팜청과㈜ 경매사는 “홍고추는 열무김치 용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여름까지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며 “현재 시세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