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고흥 녹동농협 마늘 산지공판장이 14일 초매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사진은 초매식에 출하된 햇마늘을 경매하는 모습.
14일 오전 전남 고흥 녹동농협(조합장 양수원) 마늘 산지공판장. 비가 내리는 가운데 햇마늘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아침 일찍부터 공판장 마당에 속속 들어와 하차작업을 시작했다.
어느새 마당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마늘로 가득 채워졌지만, 비 때문에 오전 9시에 시작하기로 한 초매식은 오후로 늦춰졌다. 농업인들과 상인, 중도매인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올해 마늘 가격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마늘 초매식은 산지경매로는 올해 전국에서 처음 열리는 것이어서 모두들 향후 가격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그런 만큼 올해 햇마늘 가격과 품질의 ‘풍향계’가 될 녹동마늘 초매식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상인들로 북적거렸다. 이른바 ‘녹동농협 마늘공판장이 개장해야 이 지역 산지 마늘 가격이 형성된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경매에 앞서 올해 햇마늘의 전반적인 가격 전망은 희망보다는 우려 섞인 이야기가 더 많았다. 경기가 너무 안좋고 지난해산 저장 마늘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대전에서 마늘을 사러 온 상인 이광열씨는 “요즘 마늘뿐만 아니라 모든 농산물이 다 안나간다”면서 “아무리 불경기라고는 하지만 농산물 소비가 너무 안되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녹동농협 중도매인 정영초씨(여)는 “여기 나온 햇마늘을 보니 품질은 괜찮은데, 지난 2년간 마늘 가격이 좋아 올해는 그때의 가격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지난해 비싸게 산 마늘을 올해 헐값에 처분하는 바람에 손실이 커 지금은 마늘을 많이 구매할 엄두가 안난다”고 말했다.
반면 농업인들은 최근 산지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생산비도 못 건지는 수준이라며 걱정했다. 6600여㎡(2000여평) 규모에서 마늘을 재배하는 박양곤씨(74·고흥군 도양읍 봉서마을)는 “최근 산지 수집상에게 주대마늘 한단(50개 묶음)에 지난해 1만원 이상 받았던 것을 올해는 6700원에 넘겼다”면서 “당장 사람 한명만 써도 일당 8만~10만원을 줘야 하는데, 인건비 제하고 이것저것 빼고 나면 이 가격으로는 남는 게 하나도 없다”며 정부의 추가 대책을 기대했다.
14일 반입 물량(주대마늘 기준)은 지난해 초매식 때의 3만3000단보다 많은 5만단이 들어왔다. 14~15일 이뤄진 경매에서 전체 평균가격은 주대마늘 한단에 14일은 4786원, 15일은 448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초매식(5월20일) 이후 평균가격인 20일 7159원, 21일 6764원 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양수원 조합장은 “이곳 산지공판장은 오늘 첫 경매를 시작으로 6월 말까지 마늘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라면서 “농협 산지공판장이 농민들에게 실익을 줄 수 있도록 제값받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초매식 현장을 찾은 박종수 전남농협지역본부장은 “고흥산 햇마늘은 매운 맛이 적고 부드러워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면서 “산지공판장이 개장돼 오랜만에 거래에 활기가 넘치는 만큼 애써 키운 농산물이 높은 가격을 받아 마늘생산 농업인들이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