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 하나로클럽 서울 양재점에서 판매 중인 ‘거봉’과 ‘델라웨어’ 포도.
포도가 예년보다 일찍 선보이고 있지만 가격은 크게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28일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5월 초순 <델라웨어>를 시작으로 출하된 포도는 현재 <거봉>, <캠벨얼리>, 청포도 등 거의 모든 품종에서 출하가 개시됐다. 초출하 시점만 놓고 보면 대부분의 품종에서 지난해보다 닷새가량 빨라졌다. 현재 출하되는 포도는 가온 설비를 갖춘 시설하우스에서 재배된 것들이다.
<델라웨어>는 대전지역에서 출하되고 있고 <캠벨얼리>는 충북 영동과 충남 논산지역이 주 출하처다. <거봉>은 경북 김천과 충남 논산·계룡지역에서 출하가 활발하고 청포도는 대전과 영동·논산지역에서 주로 공급되고 있다.
초반 가격은 지난해에 견줘 내림 폭이 크다. 서울 가락시장에선 <델라웨어>가 주로 거래되고 있는데 시세는 28일 현재 2㎏들이 상품 한상자당 1만7100원 선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2만1700원 선)보다 21% 낮은 것이고 최근 5년 내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최우영 농협중앙회 농산물도매분사 청과사업단 대리는 “<거봉>이나 <캠벨얼리>의 시세도 전체적으로 20% 정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며 “(가온재배 포도의) 작황이 양호해 수확량은 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소비는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가격이 약세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가격 흐름은 장기적으로 포도 재배 경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포도는 크게 시설재배와 노지재배로 양분된다. 시설재배 면적은 2000년 전체의 4%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엔 17%까지 늘어났다. 기상에 따른 단수 변동이 적고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시설재배는 다시 가온과 무가온으로 나뉘는데 가온재배의 경우 최근 재배면적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유류비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주 출하기인 5~6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포도와의 경합이 고착화되다시피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1일 발표한 농업관측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농경연은 올 시설 재배면적 가운데 가온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2% 감소하는 반면 무가온 면적은 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북 남원과 김제 등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지자체 등의 지원에 힘입어 무가온 시설재배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농경연은 설명했다.
따라서 출하기 시세마저 따라주지 않을 경우 높은 생산원가 등 재배여건이 좋지 못한 포도 가온재배의 감소세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추정이 힘을 받는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