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들이 호박 한 상자 도매시장 경락가격이 500원일 때도 있다. 원가만 1000원 넘는 상자에 호박 21개를 담아 서울 가락농산물도매시장에 출하해서 받은 가격이다. 몇만원, 몇십만원 받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생산비라도 건질 수 있는 가격을 바란다. 말도 안되는 이러한 비현실적인 농산물 가격결정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래야 농사를 대물림할 수 있다.”
강원 춘천시 사북면에서 시설농사를 하는 김미영씨(47)는 이번 6·4 지방선거 도지사 당선자들에게 보내는 바람을 이렇게 말했다.
경기와 강원, 충청, 호남과 제주, 영남 등 모두 9개 도별 농업인과 농업계 대표, 학계 대표들은 지방농정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부분으로 농산물 가격안정을 통한 농가소득 보장을 꼽았다.
김백수 충남새농민회장은 “농가들이 잇따른 농산물 가격하락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농가와 접점에 있는 지방정부가 소득안정 장치를 마련하고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갖춰야 농업인들이 희망을 갖고 영농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한국농업경영인 강원도연합회장은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지방정부의 지원을 확대하고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가 도입돼 농가소득과 생산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운 경남수출농협협의회장은 “농산물 가격에 대한 농가소득 의존도가 높아 가격이 떨어지면 농가소득으로 직결되는 것이 우리 농업의 문제점”이라면서 “이러한 우리 농업의 위기를 수출농업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다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쌀 관세화 전환 여부 논란 등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에 대한 대응 주문도 많았다.
김병일 한농연 충북도연합회장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FTA에다 TPP 참여, 쌀 관세화가 진행된다면 농산물 개방확대로 농가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면서 “도정의 우선 순위는 농업과 농촌·농업을 위한 방향으로 모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석준 전북농업인단체연합회장은 “쌀 관세화로 농가소득이 떨어지면 쌀 농사 포기가 불가피하고 그 영향은 타작목에 미쳐 농업 전체에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체품목은 무엇을 육성할 것인지 등을 위해 농업계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농정의 동반자인 농협과의 협력확대도 주문했다.
농가 조성규씨(56·전남 순천시 주암면)는 “학교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이 더 많이 공급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역농협을 친환경농산물 급식사업자로 선정해 농산물의 신뢰성을 높이고 농가실익을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은수 경기 화성 남양농협 조합장은 “지금 농촌은 쌀 관세화 여부와 FTA, 농산물 가격하락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농협과 함께 고민하는 지방농정을 통해 해법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종섭 충북대 교수는 “농산물 개방시점마다 뭘 한다고 호들갑만 떠는 대책은 이제 그만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지방농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승욱 단국대 교수는 “지방농정이 제몫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는 직접지불이나 재해대책 등에 집중하고, 지방정부는 농산물 생산과 가공, 유통과 관광 등 특화된 정책에 전념하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