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현 밀양 무안농협 조합장이 선별 중인 ‘맛나향 고추’의 품질을 살펴보고 있다.
“공선출하회에 가입한 이후 고추 생산에만 신경써요. 농협에서 책임지고 팔아주기 때문에 판매걱정은 안해요.”
경남 밀양 무안농협(조합장 김도현)의 풋고추 공선회는 밀양의 공동브랜드인 <맛나향 고추>의 명성만큼이나 유명하다. 다른 지역에서 모범사례로 손꼽으며 견학과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무안지역 고추 재배농가들은 선별에 따른 일손 부담이 없고 균일한 품질로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공선회에 가입하기 위해 경쟁한다.
무안농협 공선회는 2001년 20여 청양고추 재배농가로 시작했다. 처음부터 공선회가 순항한 것은 결코 아니다. 대농가는 매일 출하해야 하는 데다 인력도 부족해 농협에 판매를 일임했지만 소농가는 하루하루의 시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입과 탈퇴를 반복했다. 약 25농가가 고정인원으로 공선회를 유지해갔다. 2007년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건립하면서 무안농협은 공선회원을 60농가로 늘렸다. 집하·선별·포장·판매까지 모든 기능을 갖춘 조합고추유통시설을 세움으로써 회원들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공선회원이 개별출하 농가보다 고추값을 더 잘 받는 등 수취값에서 차이가 나자 일반 농가들이 ‘회원을 더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무안농협은 올해 초 공동선별장에 반자동화시설 6개 라인을 늘려 모두 10개 라인을 가동했고, 회원수를 150농가로 확대했다. 회원수가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출하실적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무안농협의 풋고추 공선 출하실적은 75억3400만원이었다. 올 들어서는 5월 말까지 109억5200만원을 기록했다.
농협이 물량조절과 분산출하로 가격지지 역할을 톡톡히 하자 농가들의 공선회 가입경쟁이 치열해졌다. 농협도 그동안 쌓아올린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선회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우선 재배품종을 통일하고, 입고는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번 하도록 하고 있다. 농약안전성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영구 제명시킨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이름으로 농협이 아닌 다른 곳으로 출하할 경우에도 제명된다. 탈퇴했거나 제명된 회원은 5년 내 가입을 못하도록 하는 등 내부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규약에도 회원들은 물량·거래처·가격 결정을 모두 농협에 위임하고 있다.
무안농협은 공선출하 물량을 농협농식품안성물류센터·대형마트·도매시장·소포장실 등 다양한 판로처에 분산출하하고 있다. 최해순 판매과장은 “농가가 가져온 고추를 농협이 알아서 선별·포장해 판매하는 시스템에 대해 서로 신뢰한다”면서 “농협이 물량조절과 분산판매로 가격을 지지하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공동선별·정산에 대한 불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풋고추 공선회가 탄탄한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농협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됐다. 품질 균일화를 위해 농가에 기술교육을 연 2~3회 실시하는 한편 농사가 끝나면 총회를 열어 시세 등의 정보를 나누면서 영농의식과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다. 또한 농협은 갈수록 고령화되는 농가에 영농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플라스틱 수확상자를 100% 무상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시범적으로 30농가에 수확용 수레 700대를 보급했다.
김도현 조합장은 “고품질 생산기술 교육과 새시장 개척, 공선으로 고추를 좋은 가격에 판매해 농가의 실익증대와 노동력 절감에 힘쓸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을 획득해 고추의 경쟁력을 높이고 회원수도 더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