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우고기 소비촉진을 위해 연중 할인행사를 실시하는데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 직거래장터에서 소비자들이 한우고기를 구입하는 모습.
“겨우 한우 등심 1㎏ 사는데 4인가족 두달치 쌀값을 지불해야 하다니…. 한우고기는 아무리 할인판매를 해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군요.”
일요일인 6월29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 저녁 찬거리를 고르던 주부들이 한우고기 특가판매를 알리는 안내방송을 듣고 대거 몰려들었지만 대부분 판매가격을 확인하고는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등심·안심·채끝 등 구이용(1++ 등급) 한우고기 1㎏당 가격이 8만9800~12만원이나 돼서다.
매장을 찾은 한 주부는 “고3 수험생인 아들에게 한우 등심구이를 먹이려고 왔는데, 값이 너무 비싸 구입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매장 정육코너 담당자도 “정상가격보다 30%나 할인해 소비자 가격부담을 덜었다고 생각했는데,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한우코너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수입쇠고기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고객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 매장 한우코너 바로 옆에선 호주산 냉장 쇠고기 등심 1㎏을 4만1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한우고기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대형마트의 할인행사와 직거래장터가 수시로 열리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해 축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한우고기가 수입쇠고기에 비해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는 점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주머니 사정상 한우고기를 쉽게 구입하는 소비자는 드물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냉장 쇠고기 등심 1㎏의 국내 도매가격은 한우를 1000원으로 가정할 때 미국산은 233원, 호주산은 198원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이들 국가의 쇠고기 수입 관세가 점점 낮아져 종국엔 한우고기와의 가격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당초 40%인 관세가 FTA 발효 첫 해인 2012년 37.3%, 2013년 34.6%, 올해 32%로 해마다 낮아져 15년차에 이르는 2026년부터는 완전 무관세화가 된다. 호주·캐나다·뉴질랜드산 쇠고기도 우리나라와의 FTA가 공식 발효되면 현재보다 수입가격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축산 강국과의 FTA를 앞두고 한우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격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우고기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것 외에도 생산비 절감과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손길이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와 관련, 한국축산경제연구원이 최근 한우고기를 구입할 때 수입쇠고기 가격에 대한 수용 가능성을 묻는 소비자 조사에서 응답자의 54.9%가 1.5배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소비자 절반 이상은 한우고기 가격이 수입쇠고기보다 1.5배 이상 비싸면 구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축산단체의 한 관계자는 “과거엔 수입쇠고기 대부분이 냉동육이었으나 지금은 상당량이 냉장육 상태로 들어와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며 “이렇다보니 수입쇠고기는 값이 싸면서도 품질은 한우고기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한우고기의 여러 부위 가운데 등심·안심·채끝 등 구이용만 선호하는 소비문화도 판매가격에 거품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이 역시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600㎏짜리 한우 한마리를 도축할 경우 머리·다리·내장 등을 제거하고 360㎏ 정도의 도체를 얻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다시 뼈를 제거하는 발골작업을 거치면 240㎏ 정도의 정육이 나오는데 등심(37㎏)·안심(7㎏)·채끝(8.5㎏) 등 구이용은 겨우 52.5㎏밖에 되질 않는다. 나머지 187.5㎏은 설도·우둔·앞다리·사태·목심·양지·갈비 등이다.
서울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한우고기 도매업을 하는 한 상인은 “한우의 여러 부위 가운데 소량인 등심·안심·채끝 부위만 인기가 있다보니 유통업자들이 설도·우둔 등 저지방 부위의 재고 부담을 우려해 인기 부위 가격을 보다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한우 비선호 부위에 대한 다양한 조리법을 개발해 보급하고, 등심 등 구이용으로 시식회 등 한우고기 소비홍보 행사를 하는 것은 가능한 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