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성호 이방농협 조합장(왼쪽 두번째)과 마늘재배 농가들이 경매대기 중인 마늘을 살펴보며 가격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보세요. 결과적으로 상인들만 좋은 일 시켰네요. 농가들은 정부 수매단가만 보고 상인들에게 헐값에 처분했는데 정작 경락가격은 수매값보다 훨씬 높게 나오니….”
올해 첫 건마늘 경매가 열린 2일 경남 창녕 이방농협(조합장 손성호) 마늘산지공판장. 예년 같으면 새벽부터 마늘을 실은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1㎞ 가까이 늘어서 도로의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긴 차량행렬은 온데간데 없고, 경매장 안에 8~9단까지 쌓였던 마늘도 6단에 그쳤다. 그런데도 정작 공판장에 경매를 보러 온 인파는 예년과 비슷한 1000여명으로 북적였다. 마늘을 출하했거나 경매를 지켜보러 온 농가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상인들은 온통 마늘시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입추의 여지도 없이 들어찬 농가와 상인들 사이 여기저기서 “정부가 생산비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수매단가를 일찍 발표하는 바람에 헐값에 마늘을 처분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2만6446㎡(8000평) 마늘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종태씨(51·이방면 거남리)는 “올해 마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적은데도 정부가 수매단가를 지난해보다 500~600원 낮게 정한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1만9843㎡(6000평) 규모로 농사짓는 황석인씨(51·모곡리) 역시 “정부가 수매단가를 1600~1700원+α(플러스 알파) 라고 했지만 고령농가들은 +α가 뭔지 잘 모른다”면서 “상인들도 1600~1700원만 얘기하고 다녀 정부 수매가가 그런 줄로만 아는 농가들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다보니 상인들이 +α는 뺀 채 농가를 돌며 정부 수매는 선별 등이 까다롭고 1·2등급을 뺀 나머지는 어디에도 팔 수 없다며 상·중 크기에 상관없이 그냥 막 작업해서 1㎏당 1500원 내지 1600원을 주겠다며 입도선매에 나섰다는 것이다.
손성호 조합장은 “이미 창녕·이방지역 마늘의 30~40% 이상이 1㎏당 1450~1700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올해 마늘 공급량이 적어 값은 점차 오를 가능성이 있는데도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산지 거래가격을 떨어뜨린 셈”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5월 말 마늘 수급안정을 위해 지난해보다 1㎏당 500~600원 낮은 난지형 1등품 마늘은 1㎏당 1700원(+α), 2등품은 1600원(+α)으로 1만2000t을 수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올해 마늘 예상생산량은 32만5000t 내외로 지난해의 41만2250t보다 21%(8만7000t) 적고 평년보다 2% 적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농가들이 빨리 수매를 해달라고 해서 5월 말에 단가를 정했다”면서 “정부는 그 전에도 시가수매가 아닌 최저가격으로 수매를 많이 했고, 또 정부 수매단가는 시가를 기준으로 5~7월 산지공판장의 평균가격이 1600원과 1700원보다 높으면 +α를 해서 사후에 정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방농협 공판장에는 지난해 2만1313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마늘 20㎏들이 1만547망만 출하됐다. 출하물량 감소로 인해 1㎏당 평균단가는 난지형이 1959원으로 농업인들이 상인에게 판 가격보다 훨씬 높았다.
금창목 이방농협 경매사는 “올해 출하량이 지난해의 절반밖에 안 된 것은 이미 농가들이 상인한테 마늘을 많이 팔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창녕농협 공판장에서도 지난해(1만7661망)의 반토막인 8506망이 출하됐고, 평균단가는 1900원이었다.
방기성 창녕농협 공판장장은 “마늘 생산량이 줄어든데다 이미 상인과 거래가 끝난 물량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가격은 점진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면서 “농가들은 시세를 관망하면서 출하를 조절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