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크게 내린데다 국제 곡물가격까지 안정세를 보이자 축산단체들이 배합사료 가격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수입된 사료용 곡물을 하역하는 모습.
환율 하락세(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 급상승)가 가팔라지면서 배합사료 업체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배합사료 업체 관계자들은 “환율이 떨어져 수입 곡물에 대한 원가 부담은 덜게 됐지만, 그렇다고 배합사료 값을 내리기도 쉽지 않아 걱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1159.1원하던 원·달러 환율은 올 6월 말 현재 1011.8원으로 1년 만에 12.7%(147.3원)나 하락했다. 게다가 국제곡물 가격도 6월20일 현재 1t당 옥수수가 255달러로 1년 만에 23.4% 내린 것을 비롯해 대두·대두박·소맥 역시 0.7~7.8%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환율과 국제곡물값 하락은 배합사료 업체들이 1년 전과 동일한 조건에서 똑같은 물량의 곡물을 구입한다고 가정할 때 지출 비용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전국한우협회 등 일부 축산단체들은 배합사료 업체에 대해 가격인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농협사료(조합사료 포함)를 제외한 민간업체들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협사료의 경우 지난해 12월 전 축종의 사료 값을 평균 2.2% 인하한 데 이어 올해 또다시 5월28~7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평균 3.1% 내렸다. 반면 대다수의 민간업체들은 지난해 상반기에 사료 값을 올린 후 아직 공식적인 가격인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곡물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환율이 크게 하락한 상황을 감안하면 배합사료 값을 당장 10% 이상 내려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축산농가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한 채 자기들의 이익만 늘리려는 배합사료 업체들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간 사료업체들은 곡물가격과 환율이 고공행진을 했던 지난해 상반기에 입은 경영손실 여파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인하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사료원료를 구매할 땐 보통 5~6개월 후에 사용할 물량을 미리 선물로 계약하는데, 지난해 상반기 곡물을 비싸게 계약한 나머지 지금까지 경영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 사료업체인 A사 관계자는 “올 들어 환율이 떨어졌고 주요 곡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입은 손실을 다 만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현재로선 사료 값 인하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또 민간 사료업체 B사의 한 간부는 “농협사료와 달리 민간 사료업체들은 농가의 구입규모, 현금구매 여부, 농가의 신용도 등을 감안해 대리점별로 각기 다른 가격을 적용한다”며 “올해 상당수 민간업체들이 대리점별로 가격을 조금씩 하향 조정했는데도 농가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사료는 한시적으로 단행한 가격 인하 종료시점(이달 30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이를 연장할지, 아니면 종전 가격으로 되돌릴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농협사료 관계자는 “국제 정세에 따라 요동치는 환율과 기상이변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려워 사료가격 조정은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