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에 있는 롯데마트 중국법인 신선농산물 매장. 수출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지조사에 나선 농업인단체장들이 매대에 진열된 과일의 포장 상태와 신선도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경제규모(GDP) 세계 2위, 교역규모 세계 2위, 외환보유고 세계 1위.’ 인구 13억7000만명인 중국의 세계 속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한·중 수교 22년을 맞아 경제적 접근성이 날로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이 같은 대외 위상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라는 양면성으로 다가오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도 경계의 목소리와 함께 활로 모색의 계기로 삼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농업인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중국의 농축산물 생산 및 유통구조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6월 말~7월 초순 세차례에 걸쳐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본지도 6월 말 ‘수출농업 경쟁력강화를 위한 농업인단체 원예분야 1차 현지조사단’과 같이 중국 베이징과 산둥성 지난·서우광·칭저우를 잇는 4박5일 여정에 동행해 중국 원예산업의 단면을 들여다봤다.
◆양(量)보다 질(質) 선호=6월23일 중
국 베이징시의 차오양구 주서교로에 위치한 롯데마트유한공사. 신선농산물과 식품류가 구비된 널찍한 2층 매장은 각 매대마다 깔끔하게 잘 정돈돼 있었다. 우리나라 대형마트와 조금도 다름없이 각양각색의 농산물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특히 복숭아·포도·토마토·수박 등의 과일류와 잎채소류는 신선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 품질이 뛰어났다.
베이징 롯데마트 매장 책임자는 “예전 중국을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중상류층은 물론 서민층도 최근 들어 양에서 질을 우선한 소비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곳 롯데마트에서 차량으로 20여분 거리의 고급마켓 BHG 신선식품 코너. 농산물값이 대형할인점의 2~3배에 달할 정도로 고가였지만 주부들은 지갑을 여는 데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
베이징의 서민층이 많이 찾는 왕징 재래시장에서도 중국의 변화가 감지됐다.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이금자 정책부회장은 “시장에서 만난 우리 교포들이 ‘중국산 농산물 품질이 예전과 다르게 아주 좋아졌다’며 구매를 권해 놀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는 보통 중국하면 ‘짝퉁’ ‘저급품’을 떠올리지만 현재 대도시에 유통되는 농산물만 본다면 중국이 아주 빠르게 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중국 현지 주재원들의 시각도 농업인단체 조사단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임규철 농협중국사무소 대표(차장)는 “여전히 중·하위품 생산과 소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강화되면서 고급품 수요를 겨냥한 생산 및 유통 변화가 가속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꿈틀대는 생산 잠재력=중국은 생산면에서도 조금씩 변화 태세를 갖춰가고 있다. 산둥성 서우광시 뤄청거리에 있는 ‘서우광하이테크 채소시범원’은 그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전체 면적이 3만3000㎡(약 1만평) 규모인 시범원은 첨단과학기술 설비와 최신기술로 고추·가지·토마토 등 각종 채소류의 재배기술 개발, 시험재배, 종묘 증식 등을 수행하며 중국 원예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산둥성농업과학원 산하 녹원경제림과연구소도 중국 원예산업 변화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복숭아·체리·호두·살구 등의 개량 육종과 재배기술 연구 및 기술지도를 하고 있는 이곳은 무려 2000무(133만2000㎡)에 달하는 방대한 과원 규모를 자랑한다.
왕균의 녹원경제림과연구소장은 “보다 빨리 더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는 최고 품질의 수종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용도도 생식용은 물론 가공·원료용까지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22개 성(省)과 5개 자치구마다 이 같은 연구소를 각각 1~2개씩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소측의 설명이다.
현장을 주의깊게 살펴본 한국농업경영인 충북도연합회 한상선 수석부회장은 “지금은 중국의 원예산업이 뒤처져 있지만 최신기술과 자본력이 뒷받침된다면 앞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우리도 기술력이 충분하다고 자신할 게 아니라 종자개량과 영농기술·재배시설 개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위기와 기회’ 양면성=조사단은 중국의 빠른 변화와 성장 잠재력을 인상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취약점 역시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버섯생산자연합회 김오복 이사는 “중국이 규모면에서는 분명 우리보다 우위에 있고 상품화 능력과 인식도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안전성 면에서는 여전히 많이 취약하다”고 말했다. 전국새농민회 강원도회 최충현 부회장은 “중국의 경우 농식품 안전문제를 단시일 안에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중국 정부는 끝없이 이어지는 농식품 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표만문 베이징세농종묘(한국 농우바이오 중국현지법인) 총경리(사장)는 “중국이 겉으로는 개선되고 있지만 속사정은 매우 심각하다”고 전했다. 표 사장은 “중국 정부가 먹거리 안전문제를 굉장히 엄하게 다루자 사회적으로 인식이 바뀌고는 있지만 최근 산둥성에서 맹독성 농약이 과다 시용된 생강의 대량 유통으로 큰 파문이 인 데 이어 일반농산물을 녹색식품인증(친환경인증)으로 봉지갈이하는 현장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등 농식품 안전성 문제가 계속돼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조일호 주중한국대사관 농무관은 6월23일 베이징에서 농업인단체 조사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중국 상류층을 중심으로 외국산 농산물에 대한 소비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고질적인 농식품 안전성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전국새농민회 경기도회 홍응유 수석부회장은 “중국 원예산업은 강점과 단점이 뒤섞여 있는 상황인 것 같다”며 “중국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보다 빠르게 대응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국농업기술자협회 지충원 부회장은 “중국을 두고 우리가 걱정만 해선 안 된다”며 “농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