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도값이 5년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소비자들의 입맛이 수입포도에 갈수록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 하락세의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일 농협 하나로클럽 서울 양재점에서 소비자들이 포도를 살펴보고 있다.
포도 가격이 깊은 수렁에 잠겨 있다.
6일 서울 가락시장에선 <캠벨얼리> 2㎏들이 상품 한상자가 5300원선에 거래됐다. 5㎏들이 상품 한상자 가격도 1만2900원선에 그쳤다. 이는 최근 5년내 가장 낮은 값으로 지난해 이맘때(2㎏들이는 8900원선, 5㎏들이는 2만1300원선)의 60% 수준이다.
가락시장에선 2㎏들이 한상자 가격이 7월22일까지 8000~9000원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7월30일 6000원대로 떨어진 후 8월 들어 하락폭이 심화되면서 5일 5000원대(5700원선)까지 곤두박질쳤다.
<거봉>도 상황은 비슷하다. 6일 2㎏들이 한상자당 가격은 9200원선으로 지난해(1만1300원)의 80% 수준을 간신히 웃돌고 있다.
가격이 좋지 못한 것은 공급량은 크게 늘어난 반면 소비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6일 가락시장 <캠벨얼리> 2㎏들이 소포장품 반입량은 243t으로 지난해 같은 때(116t)와 견줘 갑절 이상 많았다.
<거봉>도 같은 규격이 64t 반입돼 지난해(46t)보다 40%가량 늘었다. 반면 소비는 경기침체 여파로 좀체 늘어나지 않는 데다 복숭아 등 다른 여름과일과의 경쟁에서도 뒤로 밀리면서 부진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값 하락의 원인을 조금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국산 포도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예전만 못 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만 10년이 되면서 당도가 높고 씨가 없는 칠레산 포도 등에 젊은 층의 입맛이 길들여졌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알이 작고 신맛이 강한 국산 포도에 대한 선호도가 시나브로 줄어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최우영 농협 청과사업단 대리는 “다른 과일과 마찬가지로 포도 역시 봄철 개화가 빨라지면서 출하시기가 앞당겨진 데다, 경북 김천시와 전북 남원시 등 산지 간 출하시기가 겹쳐 가격이 약세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리는 “겨울과 봄철 수입포도가 시중에 대거 풀리면서 이 시기 수입포도를 구매하는 경향이 고착화됐고, 수입포도 맛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정작 국산 포도가 쏟아지는 제철에는 다른 과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는 외국산 과일이 국산 과일의 성출하기를 피해 수입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론 소비자들의 입맛을 변화시켜 국내 과일 소비 성향을 바꿔놓을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어서, FTA 체결에 따른 피해를 좀더 면밀히 분석하고 대체작목 개발 여부 등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농협은 포도데이(8월8일)를 맞아 특별 판촉행사를 벌이는 등 가격 지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8~10일 양재·창동·성남·고양·수원·인천 등 수도권 6개 대형 판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인 농협a마켓에선 포도를 시중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