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7일 경북 고령군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인접 지역인 경남 합천군 공무원과 축산농가들이 고령을 오가는 축산관계 차량에 대해 긴급 소독을 하고 있다.
지난달 경북 의성군(23일)과 고령군(27일)에서 잇따라 발생한 구제역이 한동안 확산되지 않고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6일 경남 합천군의 양돈농가에서 다시 의심신고가 접수돼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6일 정오 무렵 경남 합천군 적중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사육 중인 비육돈 1500마리 중 일부가 발굽에 부종이 생기는 등 구제역이 의심된다며 신고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간이검사를 펼친 결과 6마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이날 오후 4시 현재 정밀검사를 벌이고 있다.
이 농장은 올해 구제역 백신 1300마리분을 구입해 지난달 30일까지 백신 접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의심증상을 보인 돼지의 백신 접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번 의심축이 구제역으로 최종 확진되더라도 과거와 같이 급격한 확산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대다수 농가가 구제역 예방 백신 접종을 마친 데다 각 지자체에서도 추가로 백신접종을 장려하고 있고, 생산자단체 역시 방역과 의심축 예찰활동에 힘을 쏟는 등 민관이 합심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구제역 바이러스의 잠복기를 최장 14일로 보는 것에 비춰보면 의성군 농장에서는 더 이상 바이러스 확산이 어려울 전망이다. 또 고령군 농장의 구제역 바이러스 잠복기도 11일이면 끝나게 된다.
이번 합천군에서 신고된 의심축이 구제역으로 확진 판정을 받더라도 바이러스 잠복기인 14일 동안 방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구제역 상황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구제역이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자 일부 농가들 사이에서 백신접종 효과를 지나치게 과신, 차단방역을 게을리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구제역 백신을 접종했어도 돼지는 소에 비해 항체 형성률이 낮기 때문에 자칫 방역을 소홀히 하면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우제류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 특히 양돈농가들은 백신을 추가 접종하고 정부와 지자체, 생산자단체가 제시하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제영 농협 축산컨설팅지원단장은 “구제역 예방백신을 맞은 우제류 가축은 보통 6~8일 후에 항체가 형성된다”며 “돼지의 경우 백신을 접종했어도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 있는 만큼 추가 접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축산단체의 한 관계자는 “농장 안에 차량과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고, 가능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피해야 한다”며 “특히 외출 후엔 반드시 신발과 옷을 갈아입고 농장에 들어가는 등 지나치기 쉬운 기본 수칙부터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또 구제역 바이러스는 발생국을 여행하는 해외여행객이나 해당국가에서 수입하는 건초 등 조사료에 의해 얼마든지 옮겨올 수 있고, 심지어는 물과 공기를 타고서도 전파될 수 있는 만큼 국경에서의 검역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OIE가 발표한 자료에는 올해 들어 8월3일까지 총 11개국에서 169건의 구제역이 발생했는데,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O형과 똑같은 유형이 많다. 국가별로 보면 ▲북한(O형 16건) ▲중국(A형 2건, O형 1건) ▲러시아(A형 2건, O형 8건) ▲몽골 (A형 14건, O형 1건) ▲이스라엘(O형 2건) 등에서 우리나라와 똑같은 유형의 구제역이 발병했다. 또 ▲남아공(SAT2형 2건) ▲짐바브웨(SAT1형 3건) ▲보츠와나(SAT1형 1건) ▲기니(미정 2건) ▲튀니지(O형 114건) ▲알제리(미정 1건)에서도 구제역이 생겼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관계자는 “OIE에 공식 보고는 되지 않았지만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 등에서도 올해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한편 7월27일 전남 함평군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8월6일 현재까지 추가로 발생하지 않는 등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