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밀양시 초동면에서 고추농사를 시작한 성우석씨(왼쪽)와 그에게 영농기술을 전수하며 멘토역할을 하는 심상환씨가 성씨의 하우스에서 작물의 생육상태를 살펴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뛰어난 고추 재배기술뿐 아니라 선생님의 인품까지도 빼닮고 싶었어요.”(성우석씨)
“젊은 사람이 농업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성실함이 몸에 배어 있었어요. 농사비법을 다 알려줘도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심상환씨)
경남 밀양시 초동면에서 올해 첫 고추수확을 한 성우석씨(36·신호리). 부산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평소 약초 등 건강에 좋은 농산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막연하게 농업을 동경했다. 농사를 전혀 몰랐던 그는 <농민신문>에 소개된 내로라하는 최고의 농업인을 모두 찾아다녔다. 심상환씨(52)도 그 중의 한사람으로 2012년 가을에 만났다.
심씨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밑에서 농사일을 배우면 최고의 농업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 성씨는 그 자리에서 배움을 요청했다. 심씨도 흔쾌히 허락하며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다음 날 성씨는 짐보따리를 싸들고 심씨 농장으로 들어와 숙식을 함께 하며 고추농사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심씨가 설명하는 것은 무조건 다 적었다. 밀양시고추전문연구회에서 주최하는 고추기술 관련 토론회와 교육은 동영상으로 담았다. 정보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잠자기 전에 메모한 수첩과 동영상을 보고 또 봤다.
성씨는 “선생님 작물로 시험하고 배워야 했기에 실수를 하면 작물을 망칠 수 있어 신경 쓰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면서 “고추를 직접 보면서 재배법과 시설관리법을 가르쳐 주셔서 이해가 쉬웠다”고 말했다.
심씨도 “궁금한 것이 있어도 미안해서 못 묻는 것 같아 거리낌 없이 질문하라고 했다”면서 “그렇게 해야 자기의 것이 되고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렇게 배우고 묻기를 2년. 지난해 여름 성씨는 심씨의 하우스 옆에 5785㎡(1750평) 규모의 하우스 4동을 지었다. 꿈을 향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초보 농사꾼이 하기엔 버거운 규모였지만 심씨의 조언을 따랐다. 규모가 어느 정도 돼야 시설투자도 할 수 있고 수익도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점도 고려했다.
드디어 올 1월17일 첫 출하를 했다. 10㎏들이 한상자에 5만7000~6만5000원을 받았다. 예년 같으면 9만~10만원대가 나왔을 텐데 올해는 경기부진으로 전체적으로 채소 값이 낮게 형성된 것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 남밀양농협에 전량 계통출하하는 성씨는 “첫 수확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컸고, 작물을 더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컸다”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배우고, 심 선생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내년 경남농업마이스터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안목도 키우고, 자극도 받아야 한다고 늘 강조하는 심씨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성씨는 2년간 새 기술과 함께 선진지 견학의 기회를 얻게 됐다.
성씨는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해 주고 제 인생을 농업으로 이끌어준 것은 전적으로 <농민신문>”이라면서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정말 멋진 농업인이 돼 이웃 농가들과 부농의 꿈을 함께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