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나주시농협공동사업법인 문성식 대리(왼쪽)와 배 재배농민 황의공씨가 수확을 앞둔 ‘신고’배의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19일 오후 전남 나주시의 왕곡면 일대에서 만난 배 재배농가와 지역농협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들은 추적추적 비를 뿌리는 하늘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연신 쳐다봤다. 당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노랗게 색이 들기 시작한 배가 비를 맞을 경우 도로 푸르스름해져 상품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비슷한 시각, 농협 청과사업단 배 담당 바이어들은 산지에 전화를 걸어 강우량을 확인하고 수확 작업에는 별 무리가 없는지를 타진하느라 분주했다.
추석 대목을 코앞에 두고 남부권 배 주산지에 비가 연일 내리면서 산지는 말할 것도 없고 소비지에서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산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선물세트용 배는 26일께 소비지 대형 유통업체와 도매시장 등에 본격적으로 선보일 전망이다. 나주에서 <신고>와 <추황> 등 배 1만9800㎡(6000평)를 재배하는 황의공씨(64·왕곡면 화정리)는 “배는 크기와 색택이 품질을 좌우하는데 이에 악영향을 주는 비가 생육 막판에 내리면서 ‘깔(색택)’이 제대로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목용 출하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심재승 나주시농업협동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8월 셋째주 현재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견본품을 이미 보낸 상태”라며 “25일 본격적인 선별작업을 거쳐 시중에 정상적으로 출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8월 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을 통해 추석 성수기용 배 출하량이 지난해(5만6000t)와 견줘 2% 감소한 5만5000t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대목이 가까워오면서 오히려 단기간 공급물량 집중에 따른 값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소비자의 실질 구매기간이 평년에 비해 3~5일 짧은 8일(8월26~9월3일)가량인 데다 나주를 비롯한 남부권 물량과 충남 천안·아산 등 중부권 물량이 동시에 공급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성범 농협 청과사업단 배포도팀장은 “지난해엔 대목 후반기에 사과 수요가 배로 이동하면서 배 가격이 다소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초반 보합세로 시작해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질 것 같다”며 “최근 두차례의 태풍에도 불구하고 낙과 피해가 거의 없었고, <신고>배의 작황이 예상외로 좋아 대목기간 출하 가능물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성식 나주시농업협동조합공동사업법인 대리는 “상당수 농가들이 인근 도매시장으로부터 배를 적정량만 출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발만 구르고 있다”면서 “산지 거래 호가가 7.5㎏들이 한상자당 지난해보다 1000~2000원 정도 이미 하락한 채 시작돼 값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가 20일 23개 핵심 제수용품 가격을 지난해 추석보다 최대 40.8%, 평균 21.5% 각각 인하한다고 밝혀 농가들을 더욱 애타게 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제수용품 가격 인하로 4인가족 기준 차례상을 차릴 때 드는 비용이 17만7720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지난해 추석때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조사한 전국 대형마트 평균 차례상 비용(22만6512원)보다 4만8792원이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범 팀장은 “추석이 일러 과일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일부 언론들의 섣부른 보도가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배의 경우 산지공급물량이 풍부해 값이 오히려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햇과일로 추석 선물하기 등 특단의 소비촉진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