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사과·배의 작황과 출하는 원활한 반면 ‘어느 해보다 이른 추석이라 과일 공급이 줄고 가격도 비쌀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선입견으로 소비는 주춤한 형세다. 22일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 경매를 기다리는 과일 상자가 잔뜩 쌓여 있다. 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21일 가락시장에서 배는 상품 7.5㎏들이 한상자가 평균 1만4629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추석 이전 3주간 평균가격 2만6902원보다 1만2000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사과 역시 상품 5㎏들이 한상자가 평균 2만6666원에 거래돼 농가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포도는 5㎏들이 한상자가 1만원대로 지난해보다 3000원가량 낮았고, 복숭아도 4.5㎏들이 한상자가 1만6000원 선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주요 채소류 값 또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같은 날 가락시장에서 배추는 상품 10㎏들이 한 망(3포기)이 평균 5110원에 거래돼 지난해의 48% 수준에 그쳤고, 무는 18㎏들이 비닐포대당 7060원에 불과해 지난해와 6000원 이상 격차를 보였다. 양파·대파 등 다른 품목들도 지난해 시세의 60~70% 안팎에 그치며, 출하농가들의 표정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처럼 추석을 코앞에 두고도 과일 등 농산물 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소비가 극도로 부진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과일의 경우 올해는 추석이 일러 값이 상승할 것이란 잘못된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균 농협 청과사업단 사과참외팀장은 “<홍로> 등 조생종 사과는 현재 정상 출하 중이고, 배는 선물세트 수요 전량을 <신고>로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일부 소비자들이 출하량 부족에 따른 값 상승을 지나치게 우려하고 있고, 또 맛이 제대로 날까 하는 생각에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산지 관계자들과 유통 전문가들은 과일의 경우 품목에 따라 연간 생산량의 30~50%가 추석 기간에 집중적으로 판매된다는 점을 들어 현재와 같은 소비부진이 이어지면 재고가 누적돼 추석 이후에도 가격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일을 중심으로 한 농산물 소비확대를 위해 하루빨리 획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심재승 전남 나주시농업협동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정부가 나서서 햇과일 수급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며 “지난겨울부터 주요 농산물 값이 줄줄이 하락한 상황에서 추석 대목마저 실종된다면 농촌경제가 휘청일 수 있기 때문에,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묘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춘권 농협가락공판장 경매팀장도 “현재 상황대로 흘러간다면 이번 추석 대목장에 과일을 비롯한 농산물 시세가 살아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봐야 한다”며 “농산물 소비를 살려 농가들의 주름살을 펴줄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