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이후의 경제활동을 고민해야 하는 도시 근로자와 달리 농촌의 고령농업인은 은퇴 개념 없이 계속적인 영농활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 외에는 노후대비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영농활동으로는 안정적인 월수입이 보장되지 않아 든든한 노후를 설계하기가 어렵다. 이에 고령농업인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노후대비 수단으로 농지연금이 주목받고 있다. 농지연금은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를 담보로 매월 생활안정자금을 연금 형태로 받는 제도이다. 연금을 꼬박꼬박 받으면서 계속 농사를 짓거나 농지를 임대해 연금 이외의 추가소득을 얻을 수 있기에 고령농업인들의 관심이 많다. 올해는 제도가 개선되면서 가입이 한층 수월해져 농업인의 가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농지연금이란=고령농업인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고자 도입된 세계 최초의 농지담보형 역모기지제도다. 고령농업인이 소유 농지를 담보로 맡겨 매달 노후 생활안정자금을 연금 방식으로 받는 이른바 농촌형 주택연금인 셈이다.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고령농업인을 지원하는 대책의 하나로 2011년 도입돼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시행하고 있다. 정부예산으로 운영하기에 안정적이며 가입자와 배우자 모두 종신까지 연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또한 가입자가 평균 수명보다 오래 생존해 연금 수령액이 담보설정액을 초과하더라도 자녀에게 추가로 청구하지 않는다.
농지 소유자의 나이가 만 65세 이상이고 소유 농지면적이 3만㎡(약 9000평) 이하이면 가입대상이 된다. 하지만 연금 신청일 이전에 5년 이상의 영농경력은 필수조건이다. 연금수령 방식은 종신형과 기간형으로 구분된다. 종신형은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기간형은 5년·10년·15년 가운데 가입자가 선택한 기간 동안 매월 일정 금액의 연금을 받는 형태를 말한다.
◆제도개선으로 가입 늘어=올 초 농지연금은 연금액과 관련된 사항 등 일부 제도를 개선해 호응을 얻고 있다. 우선 농지가격 평가방법이 다양해졌다. 종전 농지연금 가입 때는 담보농지를 공시지가(실거래가 61% 수준)로만 평가했던 것을 올해부터는 공시지가와 감정평가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이다. 또한 농지가격의 2%로 매겨졌던 가입비가 사라졌고 연금지급액에 적용되는 대출이자율도 4%에서 3%로 낮아졌다. 공사는 가입자 사망시 승계할 배우자가 없거나 배우자가 승계를 포기하면 농지를 처분한 금액에서 연금지급액과 대출이자를 합한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자녀에게 돌려준다. 이때 대출이자가 낮아지면 자녀가 돌려받는 금액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부부 모두 만 65세 이상이어야 하던 가입연령도 농지 소유자만 만 65세 이상으로 기준이 완화됐다.
농지연금은 올해 제도개선으로 가입건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7월까지의 가입건수는 총 672건으로 지난해 전체 가입건수 725건을 무리 없이 넘어설 전망이다.
◆자녀의 협조가 뒤따라야=전문가들은 농지연금이 확산돼 고령농업인의 노후생활 보장으로 연결되려면 자녀들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사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입자들이 농지연금 가입을 상의하는 1순위 대상으로 자녀를 손꼽았다. 설문 응답자의 53%가 자녀를 상의 대상으로 선택한 것이다. 또한 가입 당시 주위에서 가입을 반대한 사람도 자녀가 6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가입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해약 사유의 절반 이상이 ‘자녀들의 반대’였기 때문이다.
한 은퇴설계 전문가는 “도시 근로자가 가입한 주택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에 비하면 농촌 고령층의 노후대비는 상당히 부족한 상태”라며 “추석과 같이 온 가족이 다 모일 수 있는 자리에서 자녀들이 앞장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노후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농지연금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농지연금 고객안내처(☎1577―7770)나 농지연금포털사이트(www.fplove.or.kr)로 문의하면 된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