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군의 시외버스터미널은 겉으로 보면 여느 시골 터미널과 다르지 않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건물, 오래된 의자, 빼곡하게 적힌 버스 시간표.


하지만 이 낡고 정겨운 터미널 안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특별한 공간이 숨어 있다. 바로 ‘청양터미널 갤러리’다.

이 갤러리는 2020년 공공미술 프로젝트 ‘그류(그려 봐유~) 청양!!’ 공모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 취지는 분명했다.

지역 예술인에게는 창작과 전시의 기회를, 주민에게는 문화예술을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그 결과, 낡은 버스터미널 한켠이 작은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고, 문화의 씨앗이 심어졌다.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버스터미널 실내 곳곳에 그림이 걸려 있는 풍경이 눈에 띈다.
벽은 세월에 바래 있지만, 그 위에 걸린 작품들은 오히려 더욱 따뜻하고 진하게 다가온다.
무심히 앉아 있다가 문득 시선을 사로잡는 한 점의 그림, 그것이 이 공간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다.
2025년 현재, 이곳에서는 ‘제2회 청양을 그리다: 5인 특별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1차 전시는 콩갤러리에서 개최되었고, 2차 전시는 6월 24일부터 7월 28일까지 청양터미널 갤러리에서 이어진다.
작품 주제는 모두 청양과 그 일상에 관한 이야기.

지역 풍경, 농촌의 삶,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그림 안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이 예술을 만나는 시간으로 바뀌는 경험.
그것이 이 갤러리가 가진 힘이다.

넓고 세련된 전시장이 아니어도, 꾸밈없는 공간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터미널을 갤러리로 만든 청양군의 시도는 참 인상 깊다.
예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음에 청양을 방문한다면, 잠시 버스를 기다리며 터미널 전경과 시간표를 둘러보고,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하며 낡은 시외버스터미널의 벽면을 따라 펼쳐진 그림 한 점, 그 속에서 피어나는 정서와 이야기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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