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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인가 겨울인가..
10월이 지나고서야.
가을임을 알았는데.
올해, 날씨가 유난히 변덕스러워서인지.
날씨 변화에 대한 감이 무뎌진듯하다.
나뭇잎 하나 둘, 떨어지면서 가을의 신호를 감지할 수 있었지만.
눈 앞 논과 밭의 풍경은 더디게 변했다.
아침 저녁의 기온 차이와 들녘의 변화를 통해 계절이 바뀜을 알게 된다.
점점 햇살의 머무는 시간이 줄고, 아침이 늦게 오고 저녁은 쉬이 온다.

가을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국화는 여기저기서 피어나기 시작한다.
다년생이라 해를 넘기며 피어난다.
꺽곶이도 잘 돼, 이른 봄에 부지런 떨면 사방에 꽃을 볼 수 있다.
다양한 변종이 있어 늘 새로운 것들이 등장한다.
낫설은 이름들이 많아진다.

누군가가 앉았을 나무 의자는 오랜 시간을 내뿜고 있다.
자연은 쉼없이 순환하고 순환한다.
그 순환 과정의 일부를 우리는 본다.
한 때,
순간의 이어짐을 우리는 현재라고 부른다.
진행형의 현재는 흐르고 흘러 이어진다.

겨울나기 준비가 시작되면 나무는 잎을 떨구고 제 몸을 가벼이 하려한다.
수분을 내 보내고 추운 겨울 얼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런 물이 흘러 계곡이 된다.


우리나라 가로수 중 하나는 은행나무이다.
열매가 달리면 고약한 냄새가 사방에 펴지곤 하지만. 병이 없고 벌래도 끼지않는다.
잎과 열매에 독성이 있어 벌래들은 먹지 않는다.
화석식물이라고 할 정도로 오랜 삶을 살아왔다.

가을을 상징하는 나무 중 하나는 단풍나무이다.
붉은 색이 절정을 이룬다.
여러 단풍나무 중 이 붉은색의 단풍이 가을의 절정을 내 보인다.
 

해가 낮은 산사이로 떠오르면 아침이 된다.
아침을 정의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더라도 해가 있어야 아침이 되는 것이다.
세상은 일정하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지닌다.
아침은 언제나 해가 떠오르지만 늘 일정한 모습을 지니지 않는다.
오늘의 아침에는 도로의 끝에서 해를 보았다.


아침이 시작되는 이곳은 청남면의 금강이다.
오늘의 풍경은 이랬다.
다리 위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본다.
숨겨진 보물을 찾듯.
무엇인가를 찾아내듯.
덮개를 치우면 보이는 그 무엇이
강물 위에서 드러난다.
물안개가 감싸않은 숲과 나무들이 아스라한 경계를 만들며.
신비한 이미지를 드러내고있다.
무중력의 근거가 없는, 다리 밑이 없는
허공에 떠있는
아무런 바람도 없고,
흔들림도 없고.
시간도 정지한
순간.
   
고추의 마지막 수확기이다.
여름 홍수로 거의 생명이 다한 줄 알았는데, 얼마는 살아서 열매를 달았다.
추워진 날씨로 성장이 더디고 붉게 물드는데 시간이 더 걸리지자만.
외면할 수 없어,
하우스에 하루 한 번은 들른다.

호수에서도 해는 떠오른다.
장소에 따라 해는 모양을 바꾼다.
사람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존재는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공간이 있어야 생명을 살아가고,
그 환경은, 비어있는 듯한 공간은 그 생명의 활동 영역이 된다.
비어있되, 텅 비어있지 않은 것.
그것이 공간이고, 공간이 생명을 정의하고 포장하기도 한다.

시들어가면서도 붉개 변한다.
삶의 끝은 본능의 발현이다.
제 삶을 기어이 이루려는 유전의 힘,
생은 이렇게 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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