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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구기자밭을 만들었다.
논에서 밭으로...
그 지난한 과정이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이유인즉 요즘 창궐하는 병충해 때문이다.
매일 충남농업기술원 구기자연구소에서 발행한 '구기자 GAP 재배기술' 책자를 끼고 산다.
오늘은 어느 벌레가 출몰했을까.
왜 잎이 시들었지.
어느 날 싹 뚝 순이 잘린 것을 보고 경악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구기자 벌레가 출몰한 이유다.

구기자뿔나방 유충이 한 동안 속을 썩이더니, 요즘은 노린재가 기승을 부린다.
이밖에도 토마토반정위조바이러스(TSWV), 흰가루병, 총채벌레, 담배거세미나방, 복숭아혹진딧물 등등.
매주 농약주기에 이력이 났다.
장비라도 충분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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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사이트에서 구입한 20리터 충전식 분무기가 전부다.
500평 밭에 농약을 주려니 서너 통은 족히 들어간다.
구기자뿔나방이 잡히지 않아 작용기재가 다른 농약을 치면서 6통까지 살포하기도 했다.
최대한 자력으로 몸빵을 추구했지만, 농사는 그런게 아니었다.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 나름 가성비 좋은 전기 동력분무기를 구입했다. 넉넉한 용량의 고무다라도 몇 개 쟁여놓았다.


노지에서 구기자를 재배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피해를 주는 바이러스나 해충에 대한 습성과 그 피해 양상을 알아야 하기에
초보인 나에게 앞서 말한 책자는 바이블 격이다.
다행히 몇 번의 비가 내려준 덕에 구기자는 쑥쑥 잘 자라고 있다.
예방적 방재가 우선이라는데, 현재 급급한 병해충 방제가 급선무다.
벌레야 제발 다른 데서 놀았으면...


멀칭하지 않은 바닥은 잡초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앞으로 3단, 4단 유인줄도 매줘야 하고, 가로대도 설치해야 한다.
이것 뿐이랴, 컨테이너 지붕 설치하기, 간이 창고 만들기, 새로 장만한 동력분무기 테스트,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관리 등 할 일이 태산이다.
그래도 어쩌리,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것을...
첫 해 구기자 관리는 쉽지 않다.
초보의 시작이 늘 그렇듯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밖에...
농사 고수들의 조언이 절실할 때다.


세상에 어디 쉬운 것만 있을까.
고진감래라고 좋은 날이 있기를, 그래서 귀농을 잘 선택했다고 스스로 도닥거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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