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온다.
자연의 경고와 사람들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가을은 온다.
잦은 비로 농작물이 잘 자라지 못했지만,
풀베기에 많은 힘을 들여 농사에 많은 지장을 주었지만
그래도
가을은 온다.
푸른 하늘에 힌구름이 선명하고
공기는 선선하다.
여기저기서 붉고 노란 꽃들이 피어난다.

아침과 저녁의 풍경을 사진으로는 분간하기 어렵다.
여명의 시간이 있는 시간은 어둠을 뚫고 솟는 아침과 해가 물러가는 저녁이다.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두개의 시간이 오고 간다.
오고가는 시간이 있는 이 때는 불안하고 어찌보면 공포스러운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화려함에 감추어진 붉고 검고 파란 색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우린 경험으로 누적된 안정감이 쌓여졌지만 이미지로 보면 불안한 상태이다.
불안이란 행동을 야기시키는 최고의 동기이다.
경사면은 강한 운동에너지를 만들어내듯이.
그리고 그 아침에 우리는 일어나서 일하러 간다.

우리의 일상에서 하늘의 공간은 얼마나 될까.
나는 얼마나 하늘을 보며 하루를 지내고 있을까.
무한의 공간이 지붕처럼 있고, 늘 거기에 있는 트여있고,
거리를 알수 없는 이것.

마을의 길이 모이는 곳,
우리나라의 마을들을 그 중심에 큰 나무가 있다.
그래서 동구나무라고 말한다.
마을은 아이들이 세우고 지탱한다.
지금 그 마을이 사라지고 있다.

나무 끝 머리에 하늘이 있다.
병풍같이 펼쳐져 있는.

논두렁에 자라고 있는 수수가 가을 걷이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 산이 보이고 집들이 들어서 있다.

상갑리 한가운데 느티나무가 있다.
마을의 랜드마크가 된다. 아주머니들의 수다모임 장소이기도 한다.


비가 내린 후 대지의 습기가 하늘로 오른다.

강한 바람에 벼가 누웠다.
작은 분지인 이곳은 심한 바람이 비교적 적은 곳인데
어쩌다 하루 아침에 이렇게 벼들이, 익어가는 벼들이 곳곳에 쓰러져 버렸다.

바로 집앞의 논이 이렇게 처참하게 변했다.




파노라마로 찍은 집앞 풍경이다.


낮게 뜬 구름이 가을 하늘의 청명함을 보여준다.

키가 큰 돼지감자가 꽃을 피웠다.
자생력이 매우 강해 사방에서 자란다.

석산, 꽃무릇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데, 뿌리가 사약으로 쓸 정도로 맹독이 있다.
뱀이나 벌래들이 접근하지 않는다.
상사화처럼 꽃이 필 때는 잎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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