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매실을 수확하여 매실청을 담궜다.

약 11년 전, 야산 한쪽 구석에 딸린 조그만 밭에 무엇을 심을까 하다가
산보길에 즉흥적으로 매실 묘목을 샀다.
그리고 며칠 후(2014년 3월 22일), 와이프와 같이 가서 심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1년 전이다.

나무시장에서 파는 분이 열매가 큰 왕매라고 한다.
홍매 4그루, 청매 6그루 샀다.
살 때 나무가 2미터가 가까이 되는 크기였는데
고르니까 판매자가 전지가위로 윗부분을 댕강 자른다.
그 때는 그게 얼마나 아까웠는지 모른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당연하고 올바른 조치였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심고 나니 그 보기 좋았던 묘목이 나무 작대기를 땅에 꽂아 둔 듯하다.
오른쪽 끝 부분의 소나무는 황금송 묘목을 2그루 심었는데 지금은 고사되어 없다.
다 심고 나서 계곡에서 물을 길어다가 물을 충분이 주고 집에 왔다.
회사일이 지치고 집안일이 바빠서 심어 둔 매실은 까맣게 잊고 1년이 지났다.
2015년 4월에 산에 가서 심어 둔 매화나무를 찾는데 안 보인다.
칡이 온통 덮이고 다른 풀들에 덮여서 보이지 않는다.
조심 조심하면서 낫으로 풀과 칡을 걷어 내니 겨우 살아 있는 매화나무가 보인다.
열 그루를 심었는데 아무리 봐도 8그루 밖에 보이지 않는다.
2그루는 죽은 듯 하다.
그 8그루도 겨우 살아만 있을 뿐 작년에 심어 둔 상태에서 별로 나아진 걸 모르겠다.
2014년에는 나무 작대기 같았고 2015년에는 가지가 달린 나무 작대기 같다.
그리고 또 한 해가 지났다.

작년에 나무가 너무 크지 않았길래 서울에서 내려가는 길에 비료를 사서 묘목 주위에 뿌려주었다.
한 해, 한 해 지나는데 나무의 상태는 처음보다 별로 나아진 것도 없다. 비실 비실하다.
심은 지 6년이 지난 2020년 봄, 야산의 매실 밭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작년까지 불과 허리 높이였던 8그루 매화 나무 중 2그루가 주변의 풀들을 이기고 내 키를 넘기도록 훌쩍 커버렸다.
다른 6그루도 엄청 컸다.
“흐~응, 네 들도 나잇값을 하는구나” 흐뭇한 생각이 든다.



2023년 4월 회사를 퇴직했다.
귀농을 하기위해 농업교육포털에서 기본적인 농업교육을 받으며 한 편으로
지역아카데미에서 주관하는 귀농귀촌 준비커뮤니티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1년을 지냈다.
2024년 5월부터 부여에 있는 구레울마을에서 귀농귀촌 살아보기 체험에 참여했다.
2024년 9월에 매실 밭을 가서 주변 풀 들을 제초하고 나무는 전지하여 가꾸어 주기 시작했다.

그리구 한해가 지나서 2025년 5월 초순.
매실이 제대로 열리기 시작한다.
홍매는 나무에 붉은 기운이 돌고 열매에도 붉은 기운이 생긴다.
주변 풀을 예초기로 말끔하게 잘라 주었다.

5월 하순이 되었다.
홍매도 청매도 제법 커졌다.
6월 초순에는 수확할 계획이다.


6월 2일, 약간 이른 듯싶지만 오늘 수확하기로 했다.


홍매는 홍매대로, 청매는 청매대로 나누어 수확했다.




우선 물에 깨끗이 씻고 채반에 받쳐서 말리면서
매실 꼭지를 따주었다.
꼭지를 따야 쓰고 떫은 맛이 적어진단다.
이쑤시개로 따라고 인터넷에 쓰여 있지만 과도로 하는게 더 깔금하게 정리되는 듯하다.


꼭지까지 다 정리된 매실은 물기가 없도록 말린다.
흰설탕과 황설탕을 반반 섞은 설탕을 준비한다.
깨끗이 닦고 말린 항아리에 매실을 한 켜 깔고 설탕을 다시 한 켜 까는 방식으로
전체적으로 5.5대4.5 정도로 채운다.
원래는 5대5의 비율로 하라고 씌여 있지만 설탕을 조금 적게 넣었다.
재우는 과정에 틈틈이 소금을 한 꼬집 정도, 아주 조금 넣어 주었다.
이제 100일이 지나면 매실과 청을 가른 후
청은 다시 몇 년간 묶혀서 음식할 때도 쓰고
차가운 물에 타서 냉장고에 두었다가 마시기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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