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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구기자의 계절이다.
땡볕과 폭우.
그리고 그 악천후를 견디고 피어난 구기자 꽃의 결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계절은 무심히 열매를 재촉한다.
청양은 구기자의 고장이다.
고추와 더불어 구기자는 청양을 대표하며, 그 수요 또한 전국 으뜸이다.
이곳에 정착한 이유도 그렇다.

지난 2월 청운(?)의 꿈을 품고 자리 잡은 곳.
비롯 월세방에 살지만, 구기자 명인을 만나 구기자의 생육과 그와 관련된 기술을 배우고 있다.



드디어 생산.
구기자를 잘 씻어 건조기에 넣어 밀린 후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하여 판매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앞서 말한 건조과정.
구기자는 수분이 많기 때문에 바로 건조하지 않으면 부패하기 쉽다.
수확과정에서 진물이 나와 공기와 마주하면 상할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건조해 판매하거나 방앗간에서 볶아 팔기도 한다.
아니면 구증구포라는 지난한 작업을 거치기도 하고, 판매처가 확보된
농가라면 생기구자를 파는 경우도 있다.

아. 여하튼 나에게는 꿈과 같은 이야기다.(아직까지는)
올해 구기자를 배우고 있는 선생님 구기자 밭에서 구기자를 처음 수확했다.
요 콩알만 한 것이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 아직 여물지 않은 녹색 열매 사이에
붉게 물든 구기자를 한 알 한 알 딴다.
사과처럼 아니, 콩깍지처럼 툭툭 따면 좋으렴만.
이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딴다는 것이 무슨 수도자의 마음 같다.
급하다고 쑥 훑을 수도 없고, 손가락으로 하나씩 하나씩.
2시간 정도 수확한 양을 보니 1kg도 채 되지 못한 것 같다.
요즘은 핸드형 전동기계로 털거나 바람을 이용한 기계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낙엽 등 이물질이 많이 첨가되고, 과실에도 상처 입기 쉬운 단점이 있다.
구기자는 99.9% 수작업이다. 기계가 들어갈 틈을 주지 않는다.
밭고랑 정도 관리기를 이용하는 정도.

수고와 노력에 비해 그 가격을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구기자 가격은 좋은 것 같다.
1근(500g: 구기자를 팔 때는 600g, 살 때는 500g 기준이라는데 지역마다 다른지 모르겠다)에 4만 원 안팎인 것을 보면 아직은 좋은 듯.
그런데 문제는 외부인력을 얼마나 투입하는냐가 관건이다.
청양의 경우 10만 원 정도 인력비가 들어간다. 1평당 3~4근이라면 경영비를 제외하고 평당 1~2근 정도의 수량이 수익이다.
한 해에 4회 정도 수확하는 것을 감안할 때, 무엇보다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새벽이슬을 맞으며 수확하고, 해가 지고 나면 랜턴을 켜고 수확한다고 한다.
내년 이맘때쯤 나의 모습도 그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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