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낯 두꺼운 출마
한국일보 사회부 전성우기자
강복환 전 충남도교육감이 설 연휴를 앞둔 22일 충남교육감 보궐선거(4월29일)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낯 두꺼운 컴백"은 정치권의 전매특허인줄 알았는데 명예를 소중히 가르치는 교육계에도 통용되는가.
강복환 전 교육감이 누구인가? 그는 2003년 8월 승진인사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구속됐고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00만원의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더욱이 검찰수사 과정에서 그는 2000년 교육감 선거 결선투표를 앞두고 경쟁후보였던 A씨에게 지지를 청탁하면서 일부 시ㆍ군교육청의 인사권을 떼어 주겠다는 기상천외한 각서를 써준 사실이 드러나 큰 파문을 일으켰다. 각서에는 그가 4년 단임만 하고 다음 선거에 A씨를 밀어주겠다는 "밀약"도 포함돼 있었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충남교육계는 하루 아침에 국민들로부터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 찍혀 손가락질을 받게 됐다.
그런 그가 슬그머니 교육감 선거에 다시 나타났다. 지난해 8ㆍ15 때 특별사면ㆍ복권이 됐으니 법적으로 출마에 아무런 하자가 없는데 무슨 시비냐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묻고 싶다. 도덕적으로, 특히 교육자로서 사면ㆍ복권을 받았다고 생각하는지 말이다.
사건 당시 주민들은 물론 교육청 직원들(공무원직장협의회)조차도 그의 교육감직 사퇴를 요구했는데 이제 인사권자로 되돌아오는 것을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권자들의 기억력을 과소평가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4월 선거는 지난해 오제직 전 교육감이 또다시 뇌물비리 등으로 사퇴하면서 실시되는 보궐선거이다. 불명예의 악순환을 끊고 정말 새 출발을 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강복환 전 교육감의 출마는 그래서 더욱 유감이다. 강복환 전 교육감은 "명예회복"을 외친다. 하지만 선거에서 무조건 이겨서 명예를 되찾는 것이 아니라, 명예를 회복한 뒤 선거에 나서는 것이 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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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만 하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부패교육감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모두가 투표에 참여하여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미래를 밝게 하고 부정부패를 몰아내는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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