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동안 잦은 눈과 추위 때문인지 한 번 치우면 또 오고 또 와서 결국 포기해버린 나의 게으름 때문인지 집 앞은 빙판이었다. 정류장까지 이어질 눈길을 걸을 것을 생각하자니 눈앞이 깜깜해지는 듯싶었지만, 방학기간이라 홍성에 나가지 않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의 약속이 떠올라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뗐다. 비봉 정류소에서 10분을 기다려 홍성까지 가는 완행버스를 타고 가는 길, 평소라면 20분이면 도착하는 짧은 거리이건만 반도 가지 못한 늦은 운행에 불평하며 내려다 본 창밖은 우리 집 앞보다 더한 빙판이었다. 그 때문인지 기사 아저씨도 방지 턱 하나 넘으려 하시면 차가 넘어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 하시는 상태셨고 속도도 간신히 40km/h에서 왔다갔다 하는 실정이었다. 우역곡절 끝에 홍성에 도착해 친구와 만나 점심을 먹고 헤어진 후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기 위해 다시 청양버스에 오르던 도중, 또 다시 눈에 덮인 도로가 눈에 띄었다. 왔던 길보다 10km를 더 되돌아가야하는 이 상황에서 이번엔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막막하기만 했다. 시속 3~40km로 걸어가는 듯한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 장재리를 지나쳤을까? 갑자기 주위의 풍경이 빨리 지나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내다보니 빙판길이었던 홍성 쪽 길과는 달리 장재리부터 뚫린 청양까지의 도로는 길가에 쌓인 눈만이 눈이 왔었다는 흔적을 나타내듯 깨끗했던 것이었다. 또한 청양 시내에 들어와서도 대로 쪽은 응달이던 양지이던 눈 하나 쌓이지 않은 모습에 의아할 수준이었다. 후에 도서관 아저씨에게 청양은 홍성보다 따뜻해서 길이 잘 녹아있는지 여쭈어보니 청양은 이른 아침부터 재설작업을 해서 타 지역에 비해 길이 깨끗하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냥 재설작업 했다고 하더라. ‘ 라고 듣는 것이 아닌 그 차이를 직접 실감하고 듣고 나니 앞으론 재설작업을 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히 느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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