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별자리를 보러가자는 아들의 요청에 인터넷으로 전국의 천문대를 검색하다가
남편의 직장인 천안과 가까운 칠갑산 천문대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은 안개도 많이 끼고 날도 흐려 별자리는 관측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구멍숭숭한 곰보 달을 직접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달을 사진이 아닌 직접 그렇게 관찰했던 것이 함께 갔던 가족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설명을 해주신 분이 별자리 관측은 1월이 가장 좋다고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1월 천문대 재방문 계획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1월 17일로 날을 잡고, 함께 내려갈 가족들과 연락을 하고, 별자리 관찰 후 묵을 숙소를 예약을 하는 등
11월 다녀온 이후부터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다시 홈페지에 들어가 보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미리 입장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건 알 수가 없었죠..
첫 번째 방문에 입장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걸 상상도 못했는데
그것이 이 모든 여행을 망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서울에서 출발해 내려가다 보니 차가 밀려 도착 예정시간이 7:47으로 예상되어
7시30분 입장이 어려울지 모른다는 생각에 칠갑산천문대에 협조 요청차 전화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입장권이 모두 매진되었기 때문에 입장할 수 없다, 제주도에서 온 분들도 돌려보냈다" 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미 칠갑산천문대 근처에 거의 도착을 한 상황이라 사정 설명을 했지만 단호하고, 냉정하기만 했습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2명, 중학생 2명, 우리 부부와 동생, 70대 노모까지 9명이 나선 여행이라
포기하기엔 아이들의 기대가 컸고 계획부터 실행까지 모든 과정이 아깝기만 했습니다.
일단은 현장에 도착해서 사정 설명을 다시 해보자는 생각에 목적지까지 가는 것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천문대까지 올라 가는 등산로는 가로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어두웠고,
빙판이 군데 군데 있어 위험하기조차 했습니다. 그래도 모두들 기대를 안고 천문대에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입구에서 만난 직원 역시 매정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 입장권이 매진되었다, 이미 들어간 분들이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들어가면 건물이 위험하다",
이런 답변만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그때 입구에는 관람을 마친 분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럼 입장권을 어떻게 예매할 수 있는거냐 물으니 인터넷 예매도 안되고
현장에 직접 와서 낮에 구입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청양에 누군가 지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낮에 그곳까지 와서 표를 구입하고, 저녁에 다시 방문할 수 있는 분들이 몇 분이나 될까요?
서울에서, 제주에서 특별한 정보없이 어렵게 그곳을 방문한 이들을 위한 대처 방안이 있어야지
이렇게 융통성 없이 대처한다면 누가 과연 청양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을까요?
오랜 동안 계획을 세웠고, 그 늦은 시간에 그렇게 먼 길을 달려, 어렵게 그곳까지 갔고, 상황 설명을 했는데도
단호하게 "입장은 안됩니다".. 라는 말을 반복하는 직원들이 얼마나 야속하던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섭섭하다 못해 화가 불퉁불퉁 나 한참을 씩씩거렸습니다.
겨우 10분 정도의 시간만 할애해서 입장을 허했다면
참으로 따스한 기억으로 돌아올 여행을 완전히 마음에 뻥~~ 구멍을 만들어버리시더군요..
마침 날씨도 좋아 그 날 칠갑산 천문대 하늘은 얼마나 많은 별들이 반짝이던지...
과연 서울에서, 제주도에서 찾아가는 관람객들을 "입장권이 매진되었다" 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쫒아내 버리는 것이 맞는 매뉴얼인지 묻고 싶습니다.
칠갑산 천문대는 방문객 우선이 아닌 그곳에 설치된 기구, 시설 관리에만 치중하는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수 천만원 짜리 장비를 갖추고 있으니 행여나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문제가 생기면 수리도 해야하고 귀찮을 수도 있겠죠..
추가 인원이 들어와 퇴근 시간이 늦어진다면 그것이 짜증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왜 칠갑산 천문대를 지었고, 그곳을 청양군에서는 관광10경이라고 홍보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70대 노모는 내내 매정한 직원들을 성토했습니다.
가까운 곳도 아니고, 그 늦은 시간에 그렇게 찾아가, 그 정도 사정했으면 그렇게 박대할 일이 아니라면서..
물론 군청에서는 그게 원칙이었다, 그게 매뉴얼이었다 라며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매진이 될 수 있다는 충분한 홍보를 했다고도 하실 수 있습니다..
그걸 확인하지 못한 제 불찰일 수도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원칙대로 한걸 탓할게 아니라 오히려 칭찬해야 하는거 아니냐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원칙만큼이나 상황에 맞는 순발력있는 대응이 필요할 때가 있고, 그게 더 중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오신 손님을 관리규칙에 맞게 돌려보냈으니 내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라고 당당히 말할 것이 아니라,
어렵게 그곳까지 찾아 왔지만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관람객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문제제기를 하고 그에 맞는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동네 박물관도 아니고, 어렵사리 오밤중에 찾아간 곳에서 "입장할 수 없다, 매진되었다" 며
문전박대하는 직원들의 단호하고, 매정한 태도가 생각나 지금도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다시 가고 싶은 맘은 지금은 없지만, 청양군 칠갑산 천문대 관리하시는 분들의 관람객에 대한 태도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문영(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lmyoung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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