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우울증에는 노래가 名藥" 모두 활짝 웃은 실버 합창대회
어제 제6회 치매 극복의 날… 전국서 17개팀 400명 참가
나비넥타이 79세 할아버지 "쑥스럽지만 기분은 참 좋다"
치매검사·예방 五感체험관, 환자 가족 등 2000명 몰려
"메밀꽃 피어나면∼ 서러웁던 그 사랑∼"
16일 오후 3시 이순자(81) 할머니는 가곡 "메밀꽃 필 무렵" 악보를 들여다보며 연신 흥얼거렸다. "연습 많이 했는데 혹시나 실수할까 봐…."
이 할머니는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치매 극복의 날: 제1회 실버합창대회" 참가자다. 이번 대회엔 전국에서 60세 이상 합창단 17개 팀 400여명이 참가했다. 이 할머니가 속한 "희망드림합창단"은 경기도 화성시 남부노인복지관에서 재작년 창단했다. 평균 연령이 70을 훌쩍 넘는 이 합창단이 공식 대회에 참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를 위해 할머니들은 녹색 치마 한복 드레스를, 할아버지들은 양복에 녹색 나비넥타이를 단복으로 맞췄다. 키가 커 보이려고 5㎝가 넘는 힐을 신었다는 정야국(73) 할머니는 치마를 살짝 들어 보이며 "예쁘지?"라며 웃었다. 나비넥타이를 생전 처음 매봤다는 황영문(79) 할아버지는 "조금 쑥스럽지만 기분은 참 좋다"고 했다.
16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실버합창대회’에 참가한 경기도 화성시 남부노인복지관 희망드림합창단 회원 23명이 ‘메밀꽃 필 무렵’을 부르고 있다
16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실버합창대회’에 참가한 경기도 화성시 남부노인복지관 희망드림합창단 회원 23명이 ‘메밀꽃 필 무렵’을 부르고 있다. /허영한 기자
오후 4시쯤 희망드림합창단 순서가 돌아왔다. 합창단원 23명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더니 첫 부분 박자를 놓쳤다. 그래도 이내 지휘자의 리드에 맞춰 열심히 노래를 끝까지 불러냈다. 박수가 쏟아졌다.
"너무 아쉬워요. 연습 좀 더 할걸." 상영자(72) 할머니는 "내년엔 재수니까 꼭 상 탈 수 있게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했고, 홍재헌(73) 할아버지는 "첫 출전에 이 정도면 우승이나 똑같다"며 다른 참가자들과 손바닥을 마주쳤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가사를 외우고 화음을 익히면 뇌 활동이 활발해져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정봉리(76) 할머니는 "노래도 노래지만 연습 핑계로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사람들을 만나 사는 얘기 하면서 웃고 떠드는 게 인생의 낙이자 치매를 예방하는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주최, 국립중앙치매센터 주관, 조선일보사 후원의 "제6회 치매 극복의 날" 행사장은 이날 2000명이 넘는 사람으로 북적였다. 20∼30대 젊은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오감동행, 더 맑게 더 밝게 더 젊게"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시각(도서관·사진전), 청각(영상관), 미각(음식관), 후각(아로마관), 촉각(어플관·기억올림픽관)에 어울리는 치매 예방법을 배우고 체험했다. 행사장 한쪽에서 간단한 치매선별검사를 받은 김옥란(78) 할머니는 "치매 증세가 없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돌아간다"며 "앞으로 매년 한 번씩은 꼭 검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최윤석(29)씨는 "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계시는데 오늘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또 다른 볼거리는 행사장 곳곳에 놓인 사진이었다. "치매 예방 사진공모전:기억, 나를 추억하다"에 치매 환자 가족들이 출품한 작품들이다. 장관상을 받은 유현주(44)씨는 10년 전부터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 사진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이미 많은 기억을 잃어버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지만 여전히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어 행복하고 늘 고맙고 미안하단다. 이런 마음 전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 됐지만, 엄마는 너희의 걱정보다 훨씬 강하단다." 유씨는 "내가 어머니라면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적었다"며 "여리지만 강한 의지를 가졌던 어머니와 함께 앞으로도 꿋꿋이 치매를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상 수상자 서소광(70)씨는 치매에 걸린 아내와의 결혼식 사진에 "땡 잡은 날"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5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아내를 돌보고 있는 서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아내와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6일 조선 일보 기사 -
지금 전국에서는 노인복지증진 행사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양군 열려했던 최고의 행사가 "제1회청양전국실버밴드"대회가 일부 언론사 횡포로 무산되어 너무나 아쉽고 어르신에게 죄스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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