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A9CbwZ-iU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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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종일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구절이 생각나더군요.
제가 식민지 조국에 사는 것도 아닌데 빼앗길 들에서 절규하는 시인의 감성이 이토록 공감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으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섯지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넘어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고맙다 웃네
고맙게 잘자란 보리밭아
간 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쁜하게 나가자
마른 들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 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으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 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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